6급(계장급) 공무원 박모씨가 전형준 前군수 사건과 관련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사본.

공무원들의 선거운동 개입 등 정치참여를 통한 줄서기 풍토가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이에따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현직 6급 공무원인 박모씨가 공직선거법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전직 군수에게 유리한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박씨가 한 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승진 위해 군수 인척에게 현금 300만원 건넨 공무원
박씨가 제출한 탄원서에는 “화순군이 선거와 관련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중심에 전문선거꾼인 김모씨가 있고 김씨 가족은 선거를 이용해 한몫 챙길 심산으로 갖은 못된 짓을 하는 자들”이라는 등 전형준 前군수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게다가 박씨는 “자신이 승진을 위해 수년전 前군수의 인척인 김씨에게 현금300만원을 줬다”고 밝혀 인사권을 쥐고 있는 단체장을 향한 공무원들의 줄서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보여줬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줄을 서려는 이면에는 줄을 선 직원들에게 ‘승진’이나 좋은 자리로의 ‘전보’를 통해 보상하려는 인사권을 쥔 단체장들의 ‘줄세우기 인사’가 원인의 하나라는 것이 중론이다.

박씨가 탄원서에서 언급한 전형준 前군수는 현 화순군수의 형으로 박씨의 탄원서제출은 승진 등 자신의 앞날을 위한 포석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현재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등 '줄서기'와 그에 따른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승진’을 통한 ‘줄세우기 인사’는 화순군 공직사회 내에서도 말썽을 빚고 있다.

줄만 잘서면 법적 하자 있어도 승진시킨다?

화순군의회는 전완준 군수의 취임 후 첫 인사인 2일자 화순군인사를 ‘전형적인 줄세우기 인사’라고 단정했다. 화순군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6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7급 공무원을 징계는커녕 6급으로 승진시키려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승진대상에 올랐던 공무원 정모씨는 5.31 지방선거에서 전완준 군수의 형인 전형준 前군수의 선거운동을 하다가 적발, 검찰에 구속됐다. 정씨는 1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아 당연 중징계이상을 받아야 하고 유죄가 확정되면 면직돼야 하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징계도 내려지지 않았다.

해당부서조차 그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지 않아 화순군은 정씨와 관련 전라남도 행정감사에서 지적까지 받았다. 이는 공무원의 정치참여가 금지된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한 공무원의 잘못이 명백하지만 괜히 징계요구를 했다가 現군수에게 밉보이기는 싫다는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충성으로 풀이된다.

승진하고 싶으면 줄을 잘 서라

정씨의 경우는 이메일을 통해 5.31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이영남 전군수의 선거운동을 하다가 적발됐던 정모씨의 경우와 사뭇 다르다. 당시 정씨는 본청에서 근무하다가 前군수의 첫 인사를 통해 화순읍으로 전보됐고 이후 징계의 하나인 ‘훈계’ 조치를 받고 면으로 다시 전보됐다.

박씨와 정씨, 또다른 정씨 등과 같이 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하는 등 정치에 참여하거나 승진을 위해 뇌물을 제공하는 등의 행위는 단체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어 이들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승진이 어렵다는 공직사회 내부의 목소리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인사권을 쥔 단체장이 자신에게 줄을 선 사람에게 유리한 인사를 함으로써 공무원들이 줄을 서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단체의 최종의사결정권자는 단체장이기에 단체장의 의견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단체장이 자신에게 줄을 선 공무원에게 인사권을 동원, 유리한 인사를 함으로써 공무원들이 단체장의 눈치를 보고, 승진 등을 위해 줄을 서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줄 선 사람에게 이익주려는 단체장의 생각 바꿔야

공무원들이 줄을 서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전문성에 맞는 자리에 골고루 배치되는 등 단체장에 대한 ‘줄’과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공직풍토가 만들어지지않으면 단체장에 대한 줄서기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줄을 선 사람에게 이익을 주려는 단체장의 의지와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공직사회는 튼튼한 줄을 찾고 그 줄에 서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한편 박씨의 탄원서에 나온 김씨는 박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박씨도 김씨를 상대로 명예훼손혐의로 맞고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와 관련 박씨는 ”자신은 탄원서 작성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친인척들에 의해 탄원서가 작성됐고, 나중에야 탄원서의 내용에 대해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김씨에게 승진청탁을 위해 3백만원을 현금으로 준 사실에 대해서는 “현금과 카드를 통해 300여만원을 빌려준 바는 있다”는 말로 직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