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자 화순군의회 의사과장 인사가 당초 J 과장으로 내정되었다가 하루만에 K 전문위원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의원들은 배제된 채 집행부의 교체요구를 의회 박광재 운영위원장이 집행부와 협의하고 김 실 의장에게 사후에 보고한 후 교체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 의장과 박광재 운영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어떤 의원도 인사교체에 대해서 상의를 한 것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립된 기관인 의회의 사무과장 인사를 의회에서 추천을 하고도 하룻만에 교체를 한 것은 군민 민의의 결집체인 군의회가 스스로 그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집행부도 의회에서 추천한 인물을 배제하고 군수와 동향이고 사무관 승진이 얼마 되지 않은 K 전문위원으로 밀어붙인 것은 의회를 무시하고 경시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예측가능한 인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군의원들과 약속을 하룻만에 번복하고 무리한 인사를 함으로써 인사의 공정성과 안정성 등을 심각하게 훼손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게 되었다.

화순군은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의회사무과장을 비롯한 5급사무관 인사를 16일 단행하면서 신참 전문위원 K씨를 의회 사무과장에 발령했다. 의회사무과장의 경우 인사권자는 군수지만 군의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의회와 상의해 발령해온 것이 관례화 돼있다. 이번 역시 군수는 화순군의회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의회는 J모 과장을 추천했다.

하지만 군수는 의회가 추천한 J 과장보다는 H과장을 거론하면서 의회사무과장 자리를 놓고 의회와 집행부간의 이견이 있어 인사가 늦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군수가 의회의 의견을 수용키로 결정했고 이 때문에 의회는 집행부와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 의회는 15일 오후 5시경 의원간담회를 열어 21일로 예정했던 제145회 임시회를 내달 19일로 연기하기까지 했다.

21일부터 임시회를 열 경우 20일자로 부임한 사무관들이 제대로 된 업무보고를 할 수 없겠다고 판단, 각 실과소장들이 업무를 파악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로 한 것이다. 대다수 의원들은 16일 인사가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의회에서 요구한대로 J과장이 의회사무과장으로 발령이 날 것으로 알았다고 말한다. 문서로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군수와 의장이 약속한 것이기에 당연히 지켜질 것으로 알았다는 것.

의회사무과의 구조상 의회전문위원과 의회사무과장은 동일한 5급 사무관이지만 전문위원은 의회사무과장의 지시를 받게 된다. 때문에 먼저 승진해 수년간 면장과 청내 과장 등을 거친 고참사무관이 이제 갓 승진한 신참 사무관의 지시를 받게 만든 것은 인사상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모 의원은 “J 모 과장에 대한 화순군 집행부의 상당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보다 투명하고 원칙있는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또다른 의원은 “아무리 인사가 군수권한이라지만 의회가 원하는 사람으로 사무과장 인사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의회는 그 약속을 믿고 집행부를 배려해 의사일정을 변경하기까지 했는데 느닷없이 의회의 뒤통수를 쳤다”며 군수의 행태를 비난했다.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주민들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J과장이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주민 이모(화순읍)씨는 “고참사무관인 J과장이 신참 사무관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군수가 의회와 힘겨루기를 하면서 J과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본보기를 삼은 것”이라며 J과장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전완준 군수는 “J과장이 전문위원으로 가지 않았냐”며 책임을 회피했다. 전완준 군수는 의회사무과장인사와 관련 의회와 약속이 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한데 대한 입장을 묻은 질문에 “자신은 잘 모르니 자세한 것은 총무과장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군의회 의사과장 인사 파문은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당사자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주었고 주민의 대표기구인 화순군의회가 철저하게 집행부에 농락당한 정치적 피해를 입게 되었다. 또한 군민들은 집행부의 오만과 의회의 무능으로 인해 3류 지방정치의 폐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