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일) 오전 10시 예결특위가 열려야할 시간에 난데없이 강우레이더 기지 추진 설명회가 열렸다.

집행부 편의대로 의회의 의사일정에 집행부 일정을 끼워 넣는 화순군의 처사에 화순군의회가 화났다.

화순군의회는 오늘(7일) 오전 10시 의회 소회의실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0시 소회의실에서는 예결특위가 아닌 홍수예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영산강유역 수문(강우) 레이더 신설 추진현황 설명회가 열렸다.

의회사무과가 예결특위를 위해 준비한 자료에도 시작시간이 오전 10시로 기록돼 있어 설명회가 열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일부 의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형찬 화순군의회 의원.

정형찬 의원은 설명회에 앞서 “당초 예결특위가 열리기로 했는데 갑자기 설명회가 열리는 이유가 뭐냐”며 항의하고 “예정대로 예결특위를 연 후에 따로 시간을 내서 설명회를 갖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여분이면 된다던 레이더 설치에 대한 설명은 30여분간 계속됐고 정현찬 의원 등은 설명이 끝난 후 예정에 없던 설명회가 갑자기 열려 의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진데 대해 정식으로 항의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부터 추진돼 왔으면서도 집행부에서 의회에 업무보고조차 하지 않았던 레이더 설치 사업이 예결특위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까지 설명을 해야 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이냐고 따졌다.

정 의원은 설령 급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따로 일정을 잡아 할 수 있는데 꼭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느냐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의회의 의견을 듣고 싶다면 예결특위에 끼워 넣는 식으로 자리를 마련할 것이 아니라 따로 자리를 마련, 의원들이 설명을 듣고 사업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박광재 의원도 의회에서 먼저 설치 운영중인 다른 지역의 레이더 기지를 둘러보고 의견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며 갑작스런 설명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대해 정중구 예결특위 위원장은 “어제(6일) 오전 집행부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예결특위에 앞서) 설명회를 갖도록 허락했다”고 해명했다.

최창원 군수권한대행도 전체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설명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는데 생각이 짧았다며 다음에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해 상세히 보고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날 설명회는 의회에 계획을 보고하고 어떤 노선을 택해야 훼손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짧은 시간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전체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설명하기 위해 예결특위에 앞서 설명회를 갖기로 했다는 화순군의 계획과 달리 이날 설명회는 정작 의회의 수장인 의장은 참석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화순군은 이날 설명회뿐 아니라 지난달 28일에도 본회의 도중 의사일정에도 없던 ‘지석천 선사문화 복원을 위한 타당성 및 하천환경관리계획 연구 용역 결과 발표회’를 50여분간 진행해 의사일정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이날 발표회도 의원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고 집행부에서 마음대로 발표회를 가져 의회는 물론 본회의를 방청하던 방청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예결특위를 지켜보던 모씨는 "의회에 사전 설명이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집행부 편리대로 의사일정에 차질을 빚게 만드는 집행부나 의사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까지 집행부에 끌려 다니는 의회 모두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혀를 찼다.

한편 이날 설명회는 "설명을 하러 온 것이지 의회의 의견을 들으로 온 것이 아니지 않냐"며 다음에 다시 보고하도록 하라는 정중구 예결특위 위원장의 요구에 따라 관계자들이 퇴장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