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천 선사문화 복원을 위한 타당성 및 하천환경관리계획 연구 용역 결과 발표회가 28일 화순군청 회의실에서 열렸다.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에 이르는 대규모 고인돌군을 만든 선사인들의 비밀이 드러날 것인지에 대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순군은 오늘(28일) 오후 2시 군청회의실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연구책임자 이삼희 박사)의 '지석천 선사문화 복원을 위한 타당성 및 하천환경관리계획 연구 용역'결과를 발표했다.

용역을 수행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은 결과보고를 통해 지석천 주변 도곡면 신덕리 일원이 청동기시대 ‘왕궁터’라고 주장했다.

건기연은 도곡면 효산리 일원의 고인돌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로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고인돌군을 만든 선사인들의 삶의 터전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 용역을 진행했다.

건기연은 “지석천 일대에 거대한 고인돌 무덤을 만든 집단이라면 그들이 살았던 도시도 많은 공력을 들여 만들었을 것이다는 전제하에 고인돌 무덤과 가까운 지석천 유역 일대에 대해 집중적으로 정밀조사를 펼쳤다”고 밝혔다.

건기연이 (사)백제문화연구회(회장 한종섭)와 함께 용역을 수행한 결과, 지석천 인근에서 범과 학 등의 동물모양을 한 거대 석산 조각상 10여기와 왕궁 입구를 지키는 고인돌, 인위적으로 조성된 토성 등을 찾아냈다.

조각상의 대표적인 ‘범바위’의 경우 높이가 60m, 길이가 500m며 지석천 주변에는 산 전체를 가공해 범과 학, 용, 거북이, 새 등을 형상화한 조각들이 10여개 정도 있고 이번 용역을 통해 8개가 발견됐다는 것이 건기연의 설명이다.

이들 거대 조각상은 왕궁 주변에 세워져 왕궁의 수호신 역할을 하도록 했으며 이집트의 스핑크스에 맞먹는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갖는다고 한다.

건기연은 왕궁터 입구인 지석천 주변에 범바위, 학바위, 청용뜰, 용물등, 구사리 등의 지명이 아직까지 남아있거나 구전되고 있는 것을 조각상의 존재를 나타내는 증거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범바위에 남아있는 바위에 구멍을 뚫고 마른나무를 박은 후 물을 부어 나무를 팽창시켜 돌을 떼어내는 방법은 청동기 시대에 주로 사용했던 채석방법이라는 것도 신덕리 일원이 청동기 시대 왕궁터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세계적인 것이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발견돼 고대석재 가공기술에 있어 학술사료로서 획기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건기연 측의 주장이다.

건기연은 신덕리 왕궁터가 뒤로는 종괘산과 계명산을 끼고 있고 좌우로 깊은 계곡이 있으며 앞에는 지석천과 이어지는 신덕천이 흘러 물자의 수송이 원활해 왕도로서의 지리적 요건을 충분하게 갖췄다고 설명했다.

신덕리는 왕도로서의 지리적 요건도 갖췄지만 왕궁을 지키도록 왕도 입구 좌우에 두 개씩 만들어 세웠던 고인돌 4기가 발견된 것도 신덕리 일원이 왕궁터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건기연은 또 신덕리 왕궁터 입구 주변을 감싸고 있는 둔덕이 황토를 굳게 쌓아올리는 판축법(版築法)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쌓아진 ‘토성’이라며 이역시 신덕리 일원이 왕궁터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건기연은 이번 용역을 통해 국보255호인 팔주령이 출토됐던 도곡면 대곡리 일원이 중국의 사서 삼국지에 나오는 소도(蘇塗) 별읍(別邑)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삼국지에는 소도 별읍에 대해 “귀신을 믿기 때문에 국읍(國邑)에 각각 한사람씩을 세워 천신(天神)을 주관하게 하는데 이를 천군(天君)이라 부르며, 여러나라에는 각각 별읍(別邑)이 있고 이를 소도(蘇塗)라 불렀다”고 기록돼 있다.

소도 별읍에는 큰 나무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매달아 놓고 귀신을 섬겼다고 기록돼 있는데 도곡면 대곡리는 천군무덤과 함께 우물과 당산, 칠성단, 제단 등의 각종 신앙유적이 동일선상에 줄지어 단위를 이루고 있어 소도 별읍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다.

건기연은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거대 석산 조각상으로 둘러싸인 도곡면 신덕리 왕궁터와 삼국지에 문헌상으로만 전해져 왔던 소도별읍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밝혀짐으로써 고인돌 무덤 등을 만든 청동기시대 고대 국가의 발달 등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