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 민주당 정책위 의장

최인기 민주당 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 의장이 오늘(12일) 민주당의 정책방향과 진로에 관한 소견을 발표했다.

최인기 정책위 의장은 정기국회와 중도개혁세력의 결집을 위한 정계개편을 앞두고 개혁세력의 종가인 민주당의 정책위의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정책기조와 정계개편을 주도해야 하는 민주당의 진로에 대해 다 같이 고뇌하자”고 말했다.

또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이 겸허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치를 바꿀 때”라며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치와 정책에서 쓸데없는 이념의 굴레를 벗겨내고 실용적인 생활정치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최인기 의원의 민주당 정책위 의장 선임에 따른 소견 전문은 아래와 같다.


<민주당의 정책방향과 진로에 관한 소견>


존경하는 동료의원들과 민주당 당원동지 여러분,
민주당을 격려해 주시는 국민여러분,

당 정책위의장의 중임을 맡은 崔仁基의원입니다.
가깝게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또한 멀리는 중도개혁세력의 결집을 위한 정계개편을 앞두고 개혁세력의 宗家인 민주당의 정책위의장을 맡아 어깨가 참으로 무겁습니다.

원내 경험도 짧은데다 앞으로 우리 민주당이 헤쳐 나가야 할 과제들이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피하고 싶었습니다만, 한화갑 ․ 장 상 공동대표님을 비롯한 김효석원내대표 등 동료의원들의 권유에 분발하여 감히 맡을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부족한 능력이나마 동료의원들의 협력과 당원동지들과 국민들의 격려가 베풀어진다면 한번 힘껏 해볼 생각입니다.
이런 다짐과 함께, 향후 정책기조와 정계개편을 주도해야 하는 우리 민주당의 진로에 대하여 우리가 다 같이 고뇌하자는 충정으로 제 개인의 소견을 밝힙니다.

새삼스럽게 지적할 필요도 없이, 지금 우리나라는 모든 부문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당장의 민생과 앞으로의 국가경제 전망이 우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의 한 가닥 기대마저 저버리고 북한은 미사일을 결국 발사함으로써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5 ․ 31 지방선거에서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렸습니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그래도 설마 했겠습니다만,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밀어부쳤습니다.

개혁을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실용의 수단으로 삼아야지 개혁 그 자체를 목적인 것처럼 오도한 이 정권에 대해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꾸고, 정책방향을 바꾸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가야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실용을 외면한 현 정권의 진보적 실험은 이미 끝났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러한 국민의 뜻이 어찌 대통령과 집권세력에만 국한하는 것이겠습니까. 정치권 모두에 대한 국민의 절실한 요구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이 겸허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치를 바꿀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주당이 이것을 선도함으로써 작게는 당의 위상과 가치를 높이고 크게는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주당은 원내에서는 소수세력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적 위상과 자긍심까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 민주당은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개혁, 사회통합을 위한 일관된 노선을 걸어온 유일한 정당입니다. 우리 당은 또한 두 차례의 정권을 창출한 사실상 유일한 정당입니다.

저는 우리 모든 당원동지들이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한 덩어리가 되어 일한다면 정치를 바꾸고 다시 한번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민생이 힘겹고 사회 전체가 혼란과 혼돈에 빠져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슨 일에든 이념이 넘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나라의 운명을 떠맡은 정권이 국가의 미래보다 자신들의 시대착오적인 생각들을 무분별하게 혹은 드러내고, 혹은 국가정책에 투영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치와 정책에서 쓸데없는 이념의 굴레를 벗겨내고 실용적인 생활정치를 하는 일일 것입니다.
생활정치는 그간의 우리정치가, 특히 현 정권 출범 이후 우리정치가 특정세력의 이념공세에 휘말려 정작 소중한 국민의 삶을 돌보는 일에는 소홀했다는 반성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때로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때로는 그 경계를 뛰어넘어 국민의 삶에 바짝 다가가서 일치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정치가 생활정치입니다.
우리는 국민생활의 전반에 걸쳐 막힌 곳은 뚫고 구부러진 것은 바로 펴는 정치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소수의 일이라도 부당하고 억울한 일은 풀어주는 정치, 그럼으로써 사회정의를 구현해 가는 정치를 할 것입니다.

민주당은 특권도 차별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 될 것입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운명의 恣意性에 의해 한 사람의 삶이 그대로 정해져 버리는 부조리한 사회가 되지 않도록 정성을 쏟을 것입니다.

생활정치와 실용주의를 다 논의하기로 하자면 끝이 없겠습니다만, 핵심은 국민들이 마음 놓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입니다.

몇 가지 중요한 실행과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최대의 과제인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고자 합니다. 국민들의 삶의 기초는 일자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실질적이고 계속적인 일자리는 성장하는 기업만이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정한 성장 없이는 최소한의 복지국가도 결코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자주 가난한 계층을 선동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이 정권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권이 이토록 온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런 식으로는 앞날이 더 어두워진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더 잘 알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덮어놓고 돕자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의 투명성은 더욱 높여야 합니다. 다만 기업의 설립과 투자를 저해하고 그리하여 고용을 가로막는 요인, 특히 이념과잉에 의한 퇴영적인 규제만은 풀어주자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는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연금개혁 문제와, 사학법, 부동산법 등도 같은 원칙 아래 충분히 검토 할 것입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있어서는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하고 민생안정과 경기 부양에 한 푼이라도 더 쓰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한미 FTA와 정부의 肥大化 문제를 주요 과제로 삼는 한편 兩性平等의 수준의 제고, 환경보전을 위한 각종 제도적 보완에도 더욱 더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학교 급식을 비롯한 식품안전, 자연재해 예방 등의 일도 우리의 중요한 과제로 삼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가󰡐스웨덴모델󰡑을 자주 말합니다. 저로서는 스웨덴의 성공은 資本을 인정한데서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부단한 疏通과 국민들의 연대의식이 스웨덴의 경제적 성취와 복지국가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층간 적대감과 증오, 혹은 헤게모니 싸움으로 사회를 이끌어 가서는 안된다는 것을󰡐스웨덴모델󰡑은 우리에게 생생히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저의 설명이 많이 미흡할 줄로 압니다.
요컨대 민주당은 앞으로 이념과잉의 정치를 극복하는 데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국민을 혼란시키고 나라를 피폐시키는 이념의 정치를 끝내고 미래를 설계하는 생활정치를 이제부터 하자는 것입니다. 정책위의장을 담당한 제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우리의 이같은 기조와 원칙에 부합하는 일이면 국익을 위해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향후 우리 민주당의 진로와 관련하여 짧은 소견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정계개편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저는 지난 5 ․ 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은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어느 정당에서도 이 정권의 대안세력으로서의 비전과 정권창출 노력, 특히 대통령감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말하자면 한나라당과 그 勢를 나란히 할만한 중도개혁세력이 결집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국민들로서도 달리 도리가 없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리 민주당도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새삼스럽게 말씀드릴 필요도 없이 정당은 정권을 창출하는데 그 1차적 존립의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민주당을 놓고 정권창출 능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민주당이 내년 대선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정권을 창출한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한나라당이 내년 大選까지 가는 乘勢를 탄 것은 결코 아니고, 우리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중도개혁실용세력이 결코 주눅 들거나 위축될 이유가 추호도 없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오늘 정계개편과 관련하여 제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先自强, 後結集, 同參政權創出」의 세 가지 단계별 원칙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는,󰡐先自强󰡑입니다. 우리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대항할 유일한 代案勢力임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민주당의 힘을 길러야겠지요. 저는 민주당󰡐先自强󰡑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김대중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얻은 표는 사실 우리 민주당의 잠재적 지지층입니다. 이 지지층을 다시 복구해서 궁극적으로는 정권을 다시 한번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민주당부터 내부혁신을 통한 국민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고, 어쩌면 사소하달 수 있는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버리고 문호를 활짝 개방하여 당 밖의 역량과 신망을 갖춘 인사들을 적극 맞아들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가오는 정기국회를 통하여 당의 능력과 비전을 120% 발휘해, 어려울 때 서민이 절실히 찾고 싶은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 역시 필수적인 과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역량과 신뢰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높임으로써 먼저 自强을 이루어 내면, 우리는 한나라당과의 1 : 1 대선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우리가 추구하는 중도개혁실용주의 정신을 구현하는 데 있어 민주당이 당당한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중도개혁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의 결집입니다. 이 나라를 다시 국민화해와 통합능력을 상실한 세력의 결집체인 한나라당에 넘겨줄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진 세력들, 즉 노무현대통령을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도 좋아하지 않는 모든 정파나 세력이 救國의 결심을 갖고 하나로 결집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세력들이 이른바 기득권이니 하는 것을 버리고 누구나 자유롭고 대등한 입장에서󰡐중도개혁실용󰡑의 정신으로 하나로 뭉치자는 것입니다. 우리 민주당도 결코 기득권을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중도개혁실용󰡑정신을 펼칠 공간을 우리 민주당이 제공할 것이고, 또한 민주당도 그 중심에 서기 위해 切磋琢磨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셋째,󰡐同參政權創出󰡑의 先導입니다. 배제가 아닌 포용의 원칙으로 급변하는 21세기의 국가미래를 책임질 정권을 우리 민주당과󰡐중도개혁실용세력󰡑이 함께 창출하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同參政權創出󰡑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만, 어찌됐든󰡐중도개혁실용정권창출󰡑이라는 大義 아래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救國의 결단으로 차기 大選候補를 만들어 내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민주당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우리의 힘을 기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다시 한번 自强論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힘을 기르기 위해 우선해야 할 일은 7월26일 실시될 수도권 재보선에서 우리 민주당 후보를 반드시 한명이라도 당선시켜 수도권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유일한 한나라당 대항세력으로

민주당이 당당하게 자리매김해야 할 것입니다.

내년 大選은 민주당이 씨 뿌리고 열매를 맺은 중도개혁실용시대를 계속 끌고 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역사적인 분기점이라는 인식도 투철하게 가져야 합니다.

21세기 급변하는 시대 환경에 적응능력을 상실한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주면 통일정책은 물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와 정부의 실현이라고 하는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는 시들어 버릴 것입니다.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당내에 누가 있겠습니까. 문제는 실행입니다.

장황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제 뜻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점은 행간을 잘 헤아려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아무쪼록 애정 어린 격려와 질책을 베풀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