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하는 입후보자를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입후보 학생들의 소견을 듣고 있는 학생들

학기초를 맞아 각 학교에서는 전교회장과 부회장 등 전교임원단을 선출하느라 분주하다.

선거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어른들의 선거판을 축소해 놓은 듯이 보인다.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당선을 위해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른들의 선거판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소견에는 선거를 준비하는 기성세대들이 귀담아 듣고 배워야할 법한 기특한 생각들도 들어있다.

16일 화순제일초등학교에서는 전교임원단 선출을 위한 후보자들의 소견발표회가 열렸다.

회장 1명, 6학년과 5학년 부회장 각각 1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는 회장에 5명의 후보가 입후보해 5: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며 각각 1명을 선출하는 부회장에는 6학년 부회장에 2명, 5학년 부회장에는 6명이 입후보 했다.

화순제일초교에서는 올해 상반기 임원선거에 1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16일 오후 2시 학교 강당에 마련된 소견발표회장에는 제일초교 4,5,6학년 학생 600여명이 모여 후보들의 소견을 들었다.

입후보들이 속한 학급의 학생들은 후보들을 지지하는 피켓 등을 통해 후보들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지지하는 후보가 소견을 발표할 때면 환호성을 질렀다.

소견발표와는 상관없이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학생들도 있고 진지한 표정으로 후보들의 소견을 귀담아 들었다. 후보자들의 소견에는 학교에 대한 비전과 앞으로의 당찬 포부들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몇몇 후보들 가운데 “폭력과 왕따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나와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임원에 출마한 학생들은 소견발표를 통해 학교생활에 대한 다양한 포부와 비전을 제시했다.

회장에 출마한 6학년 이주헌 학생은 “부족한 점도 많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지만 폭력과 왕따가 없는 학교 웃어른을 공경하고 예절바른 학교를 만들겠다”며 유권자들에게 탁월한 선택을 통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교임원단 선거에는 4,5,6학년 학생 600여명이 유권자로 참여한다"

알찬 학교생활을 위해 홈페이지에 위인들의 업적이나 일화를 올리고 상급학교에 진학해 도움이 될 수 있게 방송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사자성어와 명심보감을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쓰레기통이 쓰레기를 받듯이 학생들의 의견을 소중히 받아들이고 국수 맛을 좌우하는 국물같은 회장이 되겠다”거나 기호를 이용해 “죽음의 4를 행운의 4로 만들어 사랑으로 사교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사나이로서 맹세한다”는 재치있는 주장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임기동안 맡은 일을 성실히 해 내고 학생들의 봉사자로서 겸손한 마음으로 사랑이 넘치는 아름답고 깨끗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한편 부회장에 출마한 6학년 주보미 학생은 소견발표를 통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은 자신은 물론 친구와 선후배 등 유권자들을 속이는 것이므로 절대로 하지 않겠으며 스쳐지나가는 바람같은 존재가 아니라 ”학교와 학생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며 열심히 일한 인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부회장이 될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 불만을 말하지 않고 유권자들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주보미 학생의 말은 5.3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입후보예상자들도 귀담아 듣고 가슴에 새겨야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