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 혹시 기억나시나요?

옛날이라고 하면 좀 우스운 감이 있지만 지금처럼 놀잇감이 흔하지 않던 시절, 70년대 중반까지도 꽈리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놀잇감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꽈리의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열매 안의 씨를 뺀 후 입에 넣고 공기를 넣었다 빼면서 ""꽈르륵 꽈르륵"" 불며 가지고 놀았답니다.

꽈리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빨갛게 익은 꽈리를 보니 그냥 그 이름이 떠로르네요.

어느 시골집 돌담 아래 영글어 있는 꽈리를 보면서 저 열매를 가지고 어떻게 꽈르륵 꽈르륵 소리를 냈을까 궁금해 집니다.

수줍음, 약함, 조용한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꽈리에는 슬픈 전설도 전해 내려옵니다.

옛날 어느 가난한 시골 마을에 언제나 맑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마음씨 착한 ""꽈리""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꽈리의 노래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마치 옥구슬이 구르는 것 같다고 칭찬했지요.

그런데 꽈리가 사는 마을에는 꽈리와 같은 나이 또래의 제법 세도를 부리는 양반 집의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와 소녀의 어머니는 마을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꽈리를 미워해서 기회만 있으면 꽈리를 괴롭혔습니다. 그래서 꽈리는 되도록 그 소녀가 사는 집 가까이 가지도 않고 노래를 불러도 양반 집 소녀가 듣지 않는 곳에서 불렀습니다.

어느 날, 나물을 캐며 노래를 부르던 꽈리의 고운 소리를 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고을 원님이 듣게 되었습니다.

꽈리의 고운 노래소리를 들은 원님은 꽈리를 불러 꽈리의 노래를 칭찬하고 돌아갔습니다. 이날 꽈리는 너무 수줍어서 고개도 들지 못했지요.

원님이 꽈리의 노래를 칭찬했다는 소문은 곧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양반 집 소녀와 너머니는 이 소식을 듣고 샘을 내며 질투심으로 온 몸을 떨었다네요.

세도가 양반 집에서 큰 잔치가 열리던 날, 원님과 온 동네 사람들은 물론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모여 들어 북적거렸습니다. 그러나 꽈리는 양반 집 소녀가 무슨 심술을 부릴지 몰라 먼발치에서 잔치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잔치가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원님이 집주인에게 노래를 잘 부른다고 소문난 꽈리의 노래를 들려달라고 청했습니다. 양반은 즉시 꽈리를 불러오도록 명령했습니다.

꽈리가 수줍음을 잘 탄다는 것을 알고 있던 양반집 소녀와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꽈리를 골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마을의 불량배들을 불러 꽈리가 노래를 못 부르도록 방해하라고 시켰지요.

원님 앞에 불려온 꽈리는 부끄러웠지만 숙였던 고개를 들고 노래를 부츠기 위해 목청을 가다듬었습니다.

이 때, 꽈리 앞에 있던 청년들이 불쑥 소리쳤습니다.

""노래도 못 부르는 것이 감히 원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려 하다니...""
""노래는 그렇다 치고 얼굴이 저렇게 못생겨서야 어디..""

순간 꽈리의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꽈리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그만 그곳을 달아나듯이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꽈리는 너무나 부끄러워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비웃으며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꽈리는 몸 져 눕고 말았습니다. 의원도 꽈리의 병명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꽈리는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이듬해 봄, 꽈리의 무덤가에는 한 포기의 풀이 자라더니 가을이 되자 새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엷은 너울 속에서 가만히 밖을 내다보는 붉은색 열매의 모습이 꽈리의 수줍어하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사람들은 그 꽃을 ""꽈리""라고 불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