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3일간 운주사 일원에서 열린 2004년 운주문화축제는 돈만 많이 들고 아쉬움만 남는 축제 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역민의 호응 결여, 행사 진행의 미숙, 관광객 유치 실패 등 소득도 보람도 없는 겉치레 행사였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불평이 여기저기에서 흘러 나왔다.
축제가 열린 29일과 30일은 축제가 열리는 곳이라고 하기엔 너무 한산했다.
주무대 주변에서 압화만들기, 종이접기, 목화 체험장 등이 운영되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거의 없었다.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보다 행사 관계자들이 더 많았다.
축제가 열리고 있다기보다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축제장 입구에 늘어선 만장과 음식점들, 그리고 각설이 품바공연, 농악단이 울리는 풍물놀이 만이 축제가 열리는 곳임을 알리고 있었다.

축제 기간 운주사를 찾은 사람들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축제장으로 들어가기위해 입장료(?)를 내야 했던 것.
행사장 입구에는 ‘운주로 가는 꿈’이라 불리는 터널이 설치되어 있었고 축제장으로 가기 위해선 그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그런데 거기서 관람료를 내야 했다.
강제적인 관람료 징수에 축제를 찾은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일부 관람객들은 출입구를 지키는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형식뿐인 개막식도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특별한 이벤트도 없이 내빈들의 축사만을 나열하고 끝난 개막식...
뭔가를 기대했던 관광객들은 개막식이 끝나고 한동안 주무대 주변을 서성이다 떨떠름한 기분으로 돌아갔다.
개막 첫날 열린 도암면민 대동한마당은 도암면민들의 노래자랑대회였다.
오후 6시에 시작한다고 했지만 내빈들의 참석을 기다리면서 40여분간 행사가 늦어 졌다.
대동한마당을 보기위해 기다리던 사람들은 농악단의 풍물소리만 신물나게 들어야 했다.
행사가 지연되는 동안 왜 지연되는지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그나마 몇 안되는 관광객들은 농악단이 계속 풍물을 두드리는 이유도 모른 채 주변을 서성이다 지쳐 돌아가며 누구를 위한 축제냐고 불평 했다.

행사를 주관한 도암면민들의 참여도가 낮은것도 문제였다.
면민대동한마당 노래자랑은 축제가 열리기전 도암면 24개 리에서 1명씩의 참가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12개 리에서만 참가신청을 해 당일 현장에서 추가신청을 받았다.
참가자와 20여명의 농악단을 빼면 겨우 100여명 정도가 대동한마당을 보기위해 모였을 뿐 이었다.
면민들의 화합과 축제의 시작을 자축하기 위한 대동한마당은 본래 취지는 아랑곳 없이 김이 빠진 상황이었다.
면민들의 참여가 이런 상황에서 외부 관광객의 참여를 기대한다는건 당연히 무리였다.
이튿날 열린 포엠콘서트에서도 관람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포엠콘서트는 행사를 주최한 도암면민도, 외부 관광객도 없이 공연자들만이 참가한 그들만의 발표회였다.
포엠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른 한 공연자는 네명의 관객을 앞에두고 노래를 불렀다고 고백했다.
축제장은 마지막날인 30일 그림.글짓기 대회에 참여하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들과 주말을 즐기러 운주사를 찾은 관광객들 덕택에 그나마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날 열린 산사음악회에 참여한 관객은 300여명. 그러나 산사음악회가 끝나고 도드리의 열린음악회를 준비하며 음향 등 시설을 점검하는 동안, 중간에 아무런 조치도, 어떤 이벤트도 없어 관객들을 지루하게 했다.

공연이 시작되길 하염없이 기다리던 한 관람객은 무대로 올라가 거칠게 항의했고 면민들조차 “풍물이나 놀자”며 풍물을 두드렸다.
점검을 마친 행사관계자가 행사를 시작하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한 후에야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
모든 축제의 하일라이트인 실물크기의 와불 세우기는 외부 관광객은 대부분 빠져나가고 일부 도암면민들과 축제연출진 등 100여명만 남아 와불을 세우며 자축했다.
주차장 운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행사차량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좋은 주차장을 사용했고 관광객들은 흙먼지 날리는 임시주차장을 사용해야 했다.
운주축제를 알리기 위해 취재를 왔던 기자들의 차량도 통제 돼 입씨름이 벌어지기도 했다.

행사차량을 위한 좋은 주차장이 비어 있는데도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누가 누구를 초대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었다.

임시 주차장은 금방 작물을 수확해 낸 밭을 대충 골라만 놓아 흙먼지가 너무 심했다.
임시 주차장에 주차한 관광객들의 차량은 뽀얀 먼지를 뒤집어 썼고 비싼 세차비를 부담해야 했다.
관광객들도 흙먼지 때문에 목이 따갑다고 불평했다.
차량 두세대가 함께 움직이면 앞 차가 날리는 흙먼지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어떤 대책도 없었다.
축제추진위원장은 개막식에서 운주문화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민들에게 조차 호응받지 못한 축제가 어느 세월에 세계적인 축제가 되겠느냐는 비아냥이 터졌다.
게다가 축제추진위는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게 중론이었다.
이번 축제도 추진위원회는 이름 뿐 이고 프로그램설정과 예산 사용 등을 모두 외부 기업체에 맡겼다.
그래서 아까운 예산만 많이 들면서 실속은 없고,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보람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화순군이 8천5백만원을 지원했고 자체적으로 2천5백만원을 마련 모두 1억1천만원의 예산이 2004 운주문화축제에 들어갔다.
도암면 관계자는 추진위에서 용역업체에 전체를 위탁했기때문에 면에서도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축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도 용역업체에 받아들여지지 않아 애로가 많다고 털어놨다.
면은 단지 이름뿐인 ‘헛껍데기’ 인데 관광객들의 불만은 면사무소에 쏟아지고 화순군을 욕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용역업체 관계자도 ‘광주에서 이런 공연들을 마련했다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몰려들었을 것인데 운주사에선 저녁에 행사를 하면 안되겠다’ 며 당혹해 했다.
2004 운주문화축제는 많은 예산만 축내면서 지역민의 호응도 받지 못하고 도시민의 관심도 끌지 못한 엉성한,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됐다는 평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운주문화축제가 지역민들이 함께 만들어 하나되고 소박한 삶의 참 모습을 보여주어 지역의 역사와 전통과 운주에 배어있는 맥과 혼이 세계에 알려지는 축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