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염정 전경

사화와 당쟁의 시대를 살다간 송정순이 당시의 정치현실을 개탄하면서 조용히 속됨없이 은거하려고, 세상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고 티끌 하나 없이 살고 싶어 세운 정자가 있다.
화순군 이서면 창랑리에 있는 물염정(勿染亭)이 바로 그 곳이다.
동복호를 끼고 달리다 보면 붉은 빛을 띠고있는 화순의 '적벽'이 보인다.
적벽을 따라 쭉 가다보면 동복호 상류에 물염정이 나온다.
물염정은 화순군 향토문화 유산 3호로 지정돼 있고 물염정이 있는 주변의 적벽을 정자의 이름을 따서 ‘물염적벽’이라고 부른다.

물염정은 정면3칸, 측면 3칸의 단층팔작지붕 끌기와건물로 중종 명종대에 성균관 전적 및 구례 풍기군수를 역임한 홍주송씨 물염 송정순이 16세기 중엽에 세운 정자이며 지금은 금성나씨 문중에서 관리 하고 있다.
물염정에는 방랑시인 김삿갓으로 알려진 난고 김병연이 이 곳에서 보이는 경관에 반해 자주 올라 시를 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도 화순 현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와 물염정을 찾아 시를 읊었다고 할 만큼 물염정에서 보이는 경관은 아름답다.

김인후, 권필, 이택당, 민단암, 김농암, 김창흡, 이식 등 당대의 풍류(風流) 시인묵객들도 그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자주 올라 시를 읊었다고 하며 물염정에 오르면 이들이 직접 지은 시문들도 볼 수 있다.
정자 주변을 둘러싼 100년은 족히 넘은 고목들은 정자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김삿갓이나 정약용 등 당대 묵객들이 수시로 올라 시를 읊고 노래한 것이 당연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정자 맞은 편엔 넓디 넓은 동복호가 햇빛을 받아 반짝 거리고 물 위로 솟아있는 적벽 곳곳엔 빨간 단풍이 가을을 맞아 울긋불긋 옷을 갈아 입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는 나무와 유유히 흐르는 강이 있는 이곳이 무릉도원이고 이곳에 머무는 이가 바로 신선이 아닐런지...

물염정에서 바라다 보이는 적벽과 동복호의 모습은 이 곳을 찾은 이들에게 그 아름다움 만으로 물염정을 찾은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물염정으로 가는 길은 여럿 있지만 화순읍을 지나 이서면과 동복면을 빙 둘러 동복호를 따라 달리는 길을 권하고 싶다.

동복호와 붉은 빛을 띠고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있는 적벽이 길게 펼쳐져 있는 이 길은 물염정을 찾는 이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泛舟醉吟 - 범주취음) - 난고 김병연 지음 -
강은 적벽강이 아니지만 배를 띄웠지.(江非赤壁泛舟客 - 강비적벽범주객)
땅은 신풍에 가까워 술을 살 수 있네.(地近新豊沽酒人 - 지근신풍고주인 )
지금 세상에 영웅이 따로 있으랴, 돈이 바로 항우이고 (今世英雄錢項羽 - 금세영웅전항우)
변사가 따로 있으랴, 술이 바로 소진이지. (當時辯士酒蘇秦 - 당시변사주소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