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염정의 경관

물염정은 화순군 이서면에 위치한 정자다.
이 물염정이 최근 광주시 관광협회(회장 강원구)에 의해 전남 8대 정자의 하나로 지정될 예정이다.
전남 8대 정자 후보지로는 이 밖에도 광주 호가정, 담양 식영정, 나주 귀래성(영모정), 곡성 함허정, 영암 회사정, 장흥 청영정(부춘정), 완도 세연정 등이 예정돼 있다.
물염정은 조선 중종과 명종대에 성균관 전서와 춘추관 박사, 풍기군수 등을 역임한 물염 송정순에 의해 만들어진 정자로 창건시기가 16세기 중엽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염정을 지으면서 썼던 『물염정기』에 의하면 물염이란 '세상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고 티끌 하나 속됨 없이 살겠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화와 당쟁의 시대를 살다간 송정순에게 있어 이곳은 피폐해진 당시 정치현실을 개탄하고 조용히 속됨없이 은거하고자 지은 정자인 것이다.
물염정은 팔작지붕의 전형적인 3칸 짜리 정자로 마루에 앉아 앞을 보면 맞은 편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붉은 색의 바위벽이 눈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적벽이다.
하지만 바위 사이로 자라난 나무들이 붉은 바위를 가리고 있어 가을과 겨울을 제외하곤 옛 적벽의 모습을 다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물염정의 아름다움을 창주 나무송은 다음과 같은 시로서 나타냈다.
두어칸 작은 집 동쪽 언덕에 세우니/ 문 앞은 경관이 좋아 사안 도연명의 고을이라
강 비가 밤에 오니 고깃배는 젖었는데 /아침 골짜기 구름 걷히니 산봉우리 높아라
아이들은 낙엽 모아 붉은 밤을 굽고 /아내는 국화 따다 술에 띄우네
일찍이 숲 속이 이다지 즐거운 줄 알았다면 /어찌하여 고된 벼슬살이 매달렸으랴”
정자에 걸린 시문을 보면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자취가 가늠이 되는데 김인후, 권필, 이택당, 민단암, 김농암, 김창흡 등 수없이 많은 당대 명사들의 글이 물염정을 지키고 있다.
물염정을 정면에서 볼 때 조금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우둘투둘 기둥 하나가 궁금해질 것이다.
50여년전 보수 할 때 근처 마을사람들이 아끼던 마을 앞 배롱나무를 베어와 세운 것이라고 하는데, 보기에는 매끄럽지 못해도 정자를 아끼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게 전해온다.
물염정을 지은 송정순은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이 정자를 그의 외손인 나무송과 무춘 형제에게 물려주어 지금은 금성 나씨들이 관리 보수하고 있다.
그런데 물염정 앞 적벽의 운치를 그르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현대식 건물의 식당이다.
이 식당만 치우면 그야 말로 물염정과 적벽이 한데 어울려 그 운치를 더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