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메기'가 퍼부은 폭우로 침수피해를 당한 도곡 천암리 강경자(45)씨의 파프리카 농장은 아직 복구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수해당시의 처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교적 피해가 크다는 천암교 주변 시설하우스에만 집중적으로 복구인력이 투입돼 천암교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까지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상태다.
전북이 고향인 강씨는 95년도에 광주에서 이사와 이곳에 정착, 처음엔 고추와 참외농사를 지었다.
몇년전부터는 많은 돈을 투자해 비교적 수익이 많다는 파프리카 농사를 해 왔으나 대출금을 갚지 못한 상태에서 이 같은 피해를 당했다.
수해당일부터 도곡 김 실의원 집에서 잠을 자고 피해현장에 나와 청소를 하고 있지만 당장 먹을 식량도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피해정도가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강씨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시설하우스 완전침수로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 등 특용작물이 초토화 되었으며, 1포(25㎏)에 ￦140,000원정도 하는 비싼 양액비료가 모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고가의 기계들은 물에 젖어 정상가동이 어려운 상태다.
또 식량과 가재도구들이 모두 흙탕물에 뒤덮히고 간장, 된장항아리가 물에 떠내려가 버렸다.
강씨는 이제 모든 것을 잃었다며 까맣게 그을린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목소리까지 떨렸다.

파프리카를 키우기 위한 시설하우스 1동 1천평을 기준으로 씨앗을 발아시켜 파종, 이식과정 거쳐 정식과정(최종수확을 얻을 수 있는 장소에 옮겨심기)까지 대략 3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1천평당 하우스 내 필수적인 시설기계를 살펴보면 양액기계(설치비 포함￦11,000,000), 작은 온풍기 4대(대당 ￦1,300,000 ), 큰 온풍기 2대(대당 ￦4,500,000), 환기시스템인 콘트롤박스 1대(￦7,000,000), 농약 자동화시설인 콘프레시아(￦1,000,000) 등 고가의 기계를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네델란드에서 수입하는 씨앗 1알의 가격은 395원~405원으로 1천평에 필요한 묘목은 1만주(￦5,200,000)정도, 발아가 되지 않거나 묘목이 꺾이는 경우를 대비해 대부분 12,000~13,000알을 구입한다.
정식과정의 심을 수 있는 묘목을 구입하는 경우 1주당 가격이 1천원 정도다.
이번 침수 피해가 없었다면 이곳 주민들은 오는 9월 말경 첫 수확을 볼 수 있었다.
지금 복구 작업을 끝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씨앗을 심고 적정온도(주관25℃, 야간21~22℃)도를 유지해 준다면 내년 1월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좋은 수확을 얻기 위해 하룻밤 평균 4~5드럼 정도의 기름을 때야한다.
월곡리 윤금애씨는 벼농사의 경우 논 1200평 기준 농사를 짓을 경우 1년 총 수입은 대략 300만원. 그러나 인건비 및 자재비 등을 제하고 나면 실소득은 1백5십만원 정도, 한달에 대략 십만원 수익을 올리는 꼴이다.
반면에 파프리카는 1천평(논1200평)기준 7천만원정도 투자해 1년 총 1억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3천만원 순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많은 시설비를 투자해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으며 대부분의 농가는 농협 등 금융기관에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다.
따라서 부채를 갚지 못한다면 신용불량자나 파산자로 전락할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씨는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농사만 다시 지을 수 있는 상태로 복구만 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강씨의 남편 송 원(50)씨는 “이제 돈 벌기는 틀렸고 현상유지만을 바랄 뿐이다. 솔직히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나 갈 곳도 없다. 같은 처지의 농가를 만나면 농약대신 막걸리나 마시자고 우스개 소리도 한다고......”
똑같이 수해피해를 당한 천암리 문병도(49)씨는 “정부나 군이 나서서 고가의 기계 등 관련시설들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점검 복구해 줄 것과 씨앗을 구입, 옮겨 심을 때 필요한 자재 등의 지원, 당장 수확이 없으니 농협과 금융기관은 대출금의 상환기간을 연장해 준다면 피해농민들이 재기하는데 큰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피해복구작업에 나선 농협군지부 한 관계자는 “농협에서 도울 수 있는 최선책을 찾아보겠으나 이번경우는 정부차원의 지원 대책만이 수해농민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