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59주기를 맞이해 한말 의병사에 빛나는 우리고장 유적지 쌍산의소(雙山義所)를 찾았다.
쌍산의소(雙山義所)는 전라남도 기념물 제153호로 이양면 증리 증동마을을 중심으로 반경 1킬로미터에 산재해 있다.
구한말 일본군에 맞서 격렬하게 싸운 호남 의병활동의 본거지로 쌍봉사을 중심으로 의병활동을 했던 지역이며 이곳 일대를 쌍산 또는 쌍봉, 쌍치라 부르고 있다.
1906년 겨울부터 다음해 4월까지 활동한 호남지방 중기의병의 대표적인 의병활동 지역이며 1907년 음력 3월 9일, 의병장 양회일을 중심으로 임창모, 안찬재, 이백래, 임노복, 임상영 등이 주축이 되어 거병한 곳이다.
이후 1909년 9월까지 약 2년 반동안 일제가 벌인 “남한대토벌작전”에 대해 잔존 병력 모두가 순국하기까지 작전상의 거점지였다고 전한다.
쌍산의소를 조직한 핵심인물은 양회일(1856-1908) 의병장으로 이양면 쌍봉마을에서 태어났다.
1907년 양력 4월말에 봉기하여 능주와 화순군아을 비롯하여 주사청, 우편소, 경무서 그리고 일본인 상가 등을 공격 점령하고 동복 도마재에서 일본군에게 패해 체포 되었다.
그해 7월 전남 지도에 유배되었다가 12월 순종의 특사로 석방되었고 쌍산의소에서 재기에 노력하였으나 다음해 5월에 강진헌병대에 다시 체포 되어 구금, 풀려났으나 다음달 또다시 장흥헌병대에 체포되어 7일간의 옥중단식 끝에 순절하였다.
유적지는 증동(甑洞)마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다고 하니 먼저 쌍산의소 본부 가옥이 있다는 의병촌, 중동마을 향해 갔다.
증동마을은 화순군 이양면 증리에 속한 조그마한 산촌마을이다.
쌍봉사에서 약 1.5킬로미터쯤 중조산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산을 굽이 돌아 한참을 가야만 마을이 보인다.
의병들이 활동했던 당시는 30호 정도 가옥이 있었으나 지금은 4가구, 총 7명이 농사를 짓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60세 이상 할머니들로 처음 보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증동마을에는 군량미터와 쌍산의소 본부였던 임노복의 집과 참모로 활약했던 임상영의 집이 나란히 있고 불난 흔적과 함께 폐가로 방치돼 있다. 정말 안타까운 모습이다.
양회복씨의 부인 이오순(79) 할머니에 의하면 3년전 화재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지만 불난 이유는 마을 사람들도 잘 모른다고 말한다. 전남도 기념물이 3년째 방치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옛 군량미터가 있었던 양회복씨 집의 장독대는 가옥이 개축되면서 없어지고 지금은 위치만을 확인할 수 있다.

호군장 임노복은 의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양회일 의병장에게 창의와 관련 큰 도움을 주었던 인물이다.
1906년 음력 10월경 임노복은 당시 양회일에게 쌍산의소의 방략(方略)으로서 첫째 득인(得人), 둘째 병기(兵器), 세째 양도(糧度:군량)를 갖출 것을 제시했다고 한다.
임상영의 집 옆에는 대나무숲이 있고 작은 길을 따라 오른쪽 방향으로 약 500미터 쯤에 가면 무기를 제조했던 대장간 터가 있다.

대장간 터와 유황굴로 가는 길목은 가시덩쿨로 엉켜있어 사람이 갈수가 없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마을분들을 통해 대강의 위치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무기제작소는 증동마을 남쪽의 골짜기에 위치 있고 축대가 남아 건물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며 주변에는 제철 슬레그(쇠물똥)가 무수히 널려 있다고 한다.
유황굴은 증동마을 왼편 산등성이 7~8능선에 있으며 당시 의병들이 유황을 쌓아두고서 무기제조시 꺼내 사용하였다고 전하며 지금은 무너져 내려 굴 내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증동마을 뒤로하고 의병성 막사터로 발길들 돌렸다.
막사터는 증동마을 뒷산 넘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걸리지만 넘어가는 고갯길이 잡초와 덤불로 덮여 있어 바로 넘어갈수가 없다.
마을에 들어오기 100여미터 전쯤 최근에 낸 임도를 따라 1시간정도 걸어서 산고개를 넘으니 돌로 동그라미와 네모를 그려놓듯 한 막사터가 눈에 들어온다.
증동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진터 혹은 막터라고 부르고 있다.

쌍산의소의 막사터는 증동마을 뒤 계당산 기슭(옛지명은 중조산)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의병촌을 보조하는 의병성, 숙영지 겸 군사훈련장으로 씌었다.
산자락에 불규칙적인 자연석을 쌓아 놓은 돌들이 배치되어 있고, 바로 옆으로 깨끗한 개울물이 흐르고 있다.
석열들은 산자락을 둘러싸고 있으며, 불규칙적으로 원형과 장방형을 만들고 있다.
일부 석열들은 구역을 설정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 사이에 통로로 보이는 길이 있다.
이곳 막사터는 1994년 1월 전라남도 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되면서 화순군이 쌍산의소 막사터를 발굴 복원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해방 직후에 건립한 양회일 의병장 순의비는 쌍봉마을 진입로 중간쯤 잡초속에 서있다.
비문은 한말의 대표적인 학자인 김영한이 찬술하였는데 원문은 [행사실기]권 3에 수록되어 있다.
최근에 새로이 건립한 비는 쌍봉마을 어귀에, 그리고 묘소는 쌍봉마을 앞산에 위치하고 있다.

쌍산의소는 호남의병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병사에 빛나는 유적지다.
우리나라 의병사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전국 어디에도 한말의병과 관련, 쌍산의소 만 한 유적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처럼 소중한 문화유산이 화순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랑스럽다.
그런데 지금 쌍산의소(雙山義所)는 잡초속에 묻쳐 훼손되고 있다,
3년전 화재로 흔적이 사라져가고 있는 화재현장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부끄럽고, 안타깝고 한심한 생각까지 들었다.
화순군의 문화재 보호 관리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보다 적극적인 보호 관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현재 증동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
의병촌 본부였던 임노복②의 가옥과 임상영①의 가옥, ③번은 대문.
무기제조터 가는 길. 가시덩쿨로 덮여있다.
무기제작소 가는 길목. 소나무가 있는 곳이 대장간 터이다.
고갯길에서 내려다보니 멀리 의병성과 막사터가 보인다.
막사터에 사용된 자연석 돌들.
해방 직후에 세워진 양회일 의병장 순의비.
양회일 의병장이 태어난 쌍봉마을, 작년에 세워진 순의비(오른쪽)와 쌍산의소 의병 기념비.
당시 장독대가 있었던 군량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