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웅천(雌雄川) 과 부침천(浮沈泉)
나주 다도면에 불회사(佛會寺) 가 있다.
이 절에는 위로는 천문과 아래로는 지리에 통달하여 추수로써 세상 일을 잘 아는 대사가 있었다.
하루는 대사가 세상의 인심을 두루 살피고 몽매한 중생을 깨우쳐 제도할 뜻으로 고행의 길을 나섰다. 세상 곳곳을 두루 살피고 불쌍하고 몽매한 중생들을 자비와 인애로써 구원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금의 도암면 원천리 권동이란 마을에 들어섰다.
때는 삼복증염이어서 뜨거운 불볕더위에 마을 샘들이 모두 말라 있던 터라 허리 굽은 팔순노파가 물마른 샘가에 앉아 탄식을 하고 있었다. 도승은 측은한 광경을 보다 못해 그 자리에서 샘을 향하여 합장배례하고, 목탁을 치며 진언을 한참동안 독송하였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말랐던 샘에 시원한 물이 철철 넘쳐 흘렀다.
이는 이 마을 등 넘어 원천리 1구인 옛 동 이름으로는 통정리의 샘물을 모두 끌어 모아 권동마을의 샘물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도승은 다시 발걸음을 돌려 불회사를 찾아 도암면에서 새재라고 하는 작은 고개를 넘어 가던 중에 시냇가에서 나이 어린 아낙네가 슬피 울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연유를 물었다. 아낙은 더욱 슬피 울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 가뭄으로 벼가 말라 죽어가는데 냇물이 없어 물을 댈 수도 없고 농사를 망치면 집에 계신 늙으신 할머니 한분을 봉양할 길이 막연하고, 그렇다고 하여 여자의 몸으로 여기저기 다니며 구걸할 수도 없으니 앞으로 살길이 아득하여 그렇습니다. 」
대답을 마친 아낙은 더욱 크게 울었다. 이 딱하고 가련한 사정을 듣고 물끄러미 바라보던 도승은 하늘을 우러러 합장배례를 하고 조용히 진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하기 한식경이 지난 뒤 산골짜기의 말랐던 시내가 홍수가 터지듯 물이 흐르기 시작하여 청천백일이 무색하도록 논마다 물이 가득 차니 불볕에 타고 움추렸던 벼잎들이 활짝 펴져 파란잎을 펼치며 춤을 추는듯 하였다.
이 신기한 광경을 보고 있던 아낙네는 너무나 기뻐 어찌할 줄을 몰랐다. 아낙네의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본 도승은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도승은 신통 자재한 도력으로 도암면의 흐르는 시냇물을 다도면으로 이끌어 마른 논을 적시어 풍년이 들게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때 도암면은 갑자기 시냇물이 말라 괴변으로 소동이 났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봄과 여름엔 다도면 시내엔 물이 흐르나 도암면 시내는 물이 마르고 가을과 겨울에는 도암면 시내에 물이 흐르나 다도면 시내에는 물이 마른다. 그래서 이 고을 사람들은 다도면의 냇가를 암냇(雌川) 이라 하고 도암면의 것을 숫냇(雄川) 라고 하며 앞의 원천리 3구 권동 마을의 샘에 물이 솟아나면 원천리 1구 통정지 마을의 샘물은 마르고 통정리 샘물이 솟아나면 권동 샘물이 마르므로 물이 오르고 내리고 한다 하여 승강이니 부침이니 말하고 있다.
원천리에는 또 하나의 명천이 있다.
찬샘 또는 참샘이라고 부르는데 이 샘은 물이 맑고 시원하기로 유명하며 특히 가믐이 들어 곡식이 말라 죽어갈 때는 온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 샘을 찾아와 자주 살펴본다.
이는 샘물이 갑자가 붉은 물로 변하면 그 날이 저물기 전에 큰 비가 온다고 하며 이 샘의 영험은 수백년 이래로 지금까지 한번도 틀린적이 없다고 한다.
그밖에 바람재에 선샘은 샘물을 서서 마시는데 그렇게 물이 시원하고 상쾌하여 목마른 사람의 갈증을 후련하게 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