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락가락 하는 주말 오후에 춘양면 용두리 지석강변에는 있는 베틀바위 유원지를 찾았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자갈밭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고 낚시도 하면서 주말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에 연신 돌팔매질을 해대는 아이들도 있고 종아리를 반쯤 물에 담그고 한참을 물끄러미 강물 속을 응시하고 있는 아이들도 보인다.
아마도 물고기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
용두교 위에서는 한 가족이 다리 아래로 낚시줄을 던진다.

고개를 드니 기암괴석에 둘러쌓인 예성산 봉오리가 흐릿하게 눈에 들어온다.

예성산, 정유재란 당시 김대인과 김명철이 의병을 모아 산성을 구축하여 항전하였다는 ‘예성산성’이 있는 곳.
예성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용랑처녀와 베틀바위에 얽힌 아주 슬픈 전설이 떠오른다.
약 400년 전, 이곳 용두리 마을에 용랑이라는 마음씨 착하고 얼굴이 고운 처녀가 늙은 부모를 모시고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용랑은 여자의 몸이지만, 길쌈이나 김매기 등 품을 팔아 늙은 부모를 정성껏 봉양하는 효녀였다.
먼저 아버지를 여이고 얼마후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자신도 부모를 따라 목숨을 끊으려 했다.
그러나 부모의 삼년상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계를 위해서 베틀위에 앉아 길쌈 하며 슬픔을 달랬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갑자기 폭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내려 마을이 물속에 잠겼다.
용랑은 마을이 물에 잠기자 예성산 중턱에 있는 굴로 피난을 했다.
동굴속에서도 여전히 베틀위에 앉아서 베틀 짜는 일을 계속 했다.
정유재란 때 왜장은 베를 짜고 있는 용랑을 발견하고 겁탈하려하자 용랑은 왜장을 껴안은채 지석강에 몸을 던졌다.

그 후 용랑이 베를 짜고 있던 동굴의 바위를 베틀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베틀바위를 건너보면서 오솔길 따라 내려가면 절벽위에 정자가 하나 보인다.
현학정이다. 학이 노닌다 하여 현학정이라 했던가!

현학정은 송계 정근이 장원급제 했으나 벼슬을 마다하고 조용히 생활 하던 중, 인조가 청나라에 굴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분을 이기지 못해 이 곳 산중턱에 정자를 짓고 살았다고 전한다.


베틀바위 주변에는 물이 맑아 쏘가리 등 물고기가 많이 살고 있으며 수심이 깊어 수영이나 물놀이가 금지되어 있다.
물놀이를 하고 싶은 어린이들을 위해 베틀바위 유원지 근처 그린농원에서 수영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민박도 할 수 있다.
올여름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지석강변 베틀바위 아래서 하루 밤 야영도 하고 아이들에게 용랑 처녀와 베틀바위에 얽힌 전설도 들려주면서 더위를 잊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