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씨(능주중학교 교사)

조선후기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으로 양반사회를 꼬집고 서민의 애환을 읊었던 방랑시인 김병연(속칭 김삿갓)의 시의 세계와 죽음에 대한 새로운 논문이 발표 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건호씨(조선대학교 대학원 수료)는 어제(14) 발표한 ‘김병연시 연구’라는 제목의 박사학위논문에서 김병연을 좌절과 고통을 방랑과 시로 극복한 ‘불우한 천재시인’이며, 서민의 편에서 해학과 풍자로 한 시대를 비판한 ‘큰 시인’이라고 밝혔다.

이건호씨는 논문에서 김병연의 전기적 고찰을 통해 전설처럼 떠도는 김삿갓을 실재하는 김병연으로 재정립하였으며 김병연의 시의 세계를 자학적 애민, 자연에의 도취, 훈계와 각성의 寓話, 관념의 일탈, 가식을 고발한 농염으로 나누어 살폈다.

당시 관리들의 횡포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가는 기층민들을 따스하게 바라보면서 그들을 향한 연민의 정을 읊은 것이 ‘愛民詩’이며 자연에 순응하는 인간적 성숙은 암담한 현실에 반항하고 세속에 야합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었으며 이를 시화한 것이 ‘自然詩’라 고 밝혔다.

또 금수와 곤충도 仁義의 품성이 있는데 하물며 양반계층으로서 금수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심을 일반대중에게 제시하기 위하여 ‘動物詩’를 지었으며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일상의 사물을 시적 대상으로 삼아 시를 지었는데 이것이 ‘詠物詩인데 이는 당시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발상의 전환이었다는 것.

또한 ’濃艶詩‘는 본능적인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냈는데 이는 타락한 양반들의 이중적인 실상을 조롱하고 고발하였으며 인간적 性情의 건강성과 자유로운 삶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형상화하는데 기여하여 평민들에게 긴장된 표면을 파괴하는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건호씨는 김병연의 죽음도 지금까지 발표된 학설들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김병연은 전남 화순군 동복면 구암리 구암마을 정창진의 사랑채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현재 알려진 위치에서 1.5km 정도 떨어진 뒷산 길가에서 사망했으며 ‘김샌맷등’이라 불려지는 그곳이 김병연의 묘지라고 사망 장소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김삿갓의 묘는 강원도 영월에 있다는 일반적인 사실을 뒤엎는 것으로 지역민들의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건호씨의 논문은 시인 김병연을 연구하는 학계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게 됐다.

화순에 거주하는 이건호씨가 국문학계의 큰 재목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