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면 원리 앞산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바위는 ＜시용바위( 息 岩) ＞혹은 ＜시암바위＞ 라고도 불린다.
이 바위는 쉬고 있다고 하여 ＜쉼바위＞ 라 하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와전되어 이렇게 되었으나 아기를 업고 있는 부인의 모습으로 만고풍상을 겪으며 말없이 서있다.
지금부터 약1500 여년전 이 바위의 친구 되는 바위가 무등산 중턱에 있었다.
생김생김이 서로 비슷한 두 바위는 정깊게 오손도손 잘 지내고 있었다.
정월 대보름에 북면 바위가 다정한 친구인 광주 바위에게 함께 지리산 산신에게 상(相) 을 보러 가자고 속삭이니 광주바위도 좋다고 하여 함께 가기로 약속이 되었다.
좋은 날을 택하여 지리산 산신령님에게 찾아가 두 바위가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 뒤 북면바위가
「 저희들은 산신령님을 뵈옵고자 왔읍니다. 」
하고 상을 보아주기를 간절히 청하니 산신령께서 두 바위를 그윽히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 너희들은 모두 시커멓게 생긴 빈상(貧相) 이니라. 」
실망한 두 바위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 그러면, 언제쯤이나 되어 잘 살겠읍니까? 」
「 내 능력으론 둘 다 복을 많이 줄 수는 없고 하나에게는 줄 수 있는데 누구를 줄까? 」
북면바위가 말했다.
「 광주바위에게 주십시요. 」
「 아닙니다. 북면바위에게 주십시요.」
광주바위도 친구를 위해 사양하니 이 정경을 보던 산신령은 미소를 머금었다.
「 참으로 아름다운 미덕이로다. 그렇다면 내가 문제를 낼 테니 실수없이 실행하라. 그런면 모두에게 복을 주겠노라. 」
삼십리나 되는 거리를 경주하는데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엔 쉴 수 없고 만약 쉬게 되면 다시는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사람들에게 발견되어도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고 하였다.
때는 만물이 약동하는 봄철이라 산과 들에는 농부들의 일손이 바빴고 오가는 길손들의 발걸음도 그치지 않았다.
두 바위는 지리산 산신령의 분부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달리기를 겨루게 되었다.
북면바위와 광주바위는 같은 시각에 정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움직였다.
뛰다가 힘들면 걷다가, 걷다가 또 뛰다가 온 힘과 정성을 다했다.
북면바위는 목적지를 거의 눈 앞에 두고 바삐 걸어가고 있는데 앞쪽에서 걸어오는 아이 업은 부인에게 그만 발견되고 말았다.
부인은 바위가 걸어가는 것을 보자 난생 처음보는 신기한 일이라 무의식중에
「 바위가 걸어가네! 」
하고 외쳤다.
길건너 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북면바위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무등산바위는 장원봉을 넘어 광주까지 내려와 이 경주를 무사히 끝마쳤다.
지리산 산신령은 광주 무등산 바위에게는 복을 많이 주고 북면 바위에게는 복을 주지 않았다.
산신령으로부터 많은 복을 받은 광주 바위는 광주를 잘 사는 시가지가 되게 하였다는 것이다.
오늘도 원리 앞산에는 높고 큰 쉼바위가 오랜 풍상을 겪으며 옛날의 전설을 간직한 채 조용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