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 도곡면 신덕리 삼구 유신동에서 신덕리 일구로 가는길의 물가에 자리 잡고 있는 바위를 ＜곽씨(廓氏) 바위 ＞라 부르고 있다.
이 부근에 옛날 ＜버덧골＞ 이란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은 좌우전후로 산을 끼고 계곡에 자리잡은 아늑한 마을로 봄에 씨앗 뿌리고 가을에 거두어 세상에 시비없이 조용하게 살고 있는 평화스런 마을이었다.
그때는 마을 주위에 병풍을 겹겹히 두른듯이, 많은 버드나무가 둘러싸여 있어 마을 이름을 ＜버드나무골＞이라 부르다가 약칭하여 ＜버덧골＞ 이라 하였다고 한다.
버덧골에는 여러 성씨가 살고 있었으나 그중 김해김씨의 세력이 으뜸이었다.
김씨 집안에 아주 심술이 고약하고 괴퍅스럽기 짝이없는 구두쇠영감이 이 마을의 가장 윗집에서 살고 있었다.
식구는 아내인 곽씨(郭氏) 와 아들, 딸 남매와 함께 네 식구가 단촐하게 살고 있었다.
이 늙은 농부 김씨는 남의 일에는 나태하여 소극적이었으나 자신의 일에는 부지런하여 남부럽지 않게 알뜰한 가정을 이루었고, 생활도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하루는 종가사(鍾袈寺) 의 스님이 마을로 탁발을 나왔다.
종가사는 각암산, 즉 종괴산에 있는 절로 화순과 도곡면의 경계에 있는 산밑에 있었다.
이 절에 사는 스님이 김씨영감댁에 들어서서 천수경을 낭랑히 독송하면서 시주를 부탁하였다.
이때, 구두쇠영감은 추비를 장만하느라 구슬같은 땀을 흘리며 두엄을 파헤치는 일에 몰두하여 다른 일에는 여념이 없었다.
스님은 천수경을 모두 독송하였으나 주인의 반응이 없어 다시 반야심경을 독송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스님도 반야심경을 열심히 독송하다보니 염불삼매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구두쇠영감은 땀흘리며 정신없이 일을하다 생각하니 울컥 화가 치밀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깨끗히 차려입고 아까운 남의 곡식이나 얻어내기 위해 옆에서 시끄럽게 중얼거리는 중이 몹시 얄미웠다.
김씨영감은 세발괭이로 썩은 두엄을 찍어 스님의 바랑위에 획 던졌다.
「 자! 곡식은 없으니 이것이나 가져가시오! 」
검정 두엄덩이를 법복과 바랑에까지 뒤집어 쓴 채 한동안 묵묵히 서있던 스님은 옷과 바랑의 두엄덩이를 털털 털고나서
「 나무관세음보살... 」
하고 돌아서 가버렸다.
이때 김씨의 부인 곽씨가 영문도 모르고 후원의 장독에서 부엌일을 보살피다 앞마당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심술쟁이 영감의 파렴치한 행동을 본 부인은 어이가 없이 어떻게 하여 면목을 세울지 당황하여 어찌할 줄을 몰랐다.
곽씨부인은 문밖까지 스님을 따라 나와서 허리를 굽혔다.
「 대사님, 사람으로 차마 하지 못할 죄를지었읍니다. 저로보아 용서하여 주십시요. 」
그녀는 수차 허리를 굽혀 합장배례를 하였다.
「 대사님, 우리 남편의 나쁜 버릇은 고칠 수 없읍니까? 」
묵묵히 서있던 스님이 입을 열었다.
「 전생에 지은 죄업이 많아 하루이틀에는 고치기가 어렵고 불법의 화로에 넣고 녹여서 때를 털어야 합니다. 」
곽씨부인은 이말을 듣고 한숨을 쉬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스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 평소에 지은 죄업으로 앙급자손하여 큰 불행이 댁의 자녀에게 머지않아 있겠읍니다. 」
곽씨부인은 깜짝놀라 스님의 팔을 붙들었다.
「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읍니까? 」
「 우리 절에 찾아와 백일동안 참회기도를 드리지요. 그러나 절을 찾아 올 때는 뒤와 하늘을 결코 돌아보지 말고 절을 찾아와야 합니다. 만일 잘못되면 신기누설로 즉시 천벌이 내릴 것입니다. 」
곽씨부인은 김씨에게 묻지도 않고 아무도 몰래 쌀과 향초를 준비하여 머리에 이고 길을 떠났다.
그러나 아들과 딸이 어찌 알았는지 애절하게 울면서 어머니를 따라왔다.
「 어머니! 어머니! 」
곽씨부인은 귀여운 자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무심히 그만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순간, 스님은 말과 같이 청천백일에서 벼락이 떨어져 어진 곽씨부인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뒤 마을사람들이 찾아가보니 곽씨부인은 한개의 바위로 변하여 있었으니 지금의 ＜각씨바위＞이다.
처음의 ＜곽씨부인바위＞ 가 세월이 흐르면서 ＜곽씨바위＞가 되었고 ＜곽씨바위＞가 와전되어 요즈음은 ＜각씨바위＞가 되었다고 전한다.
하나, 부인을 각씨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으니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닌듯 하다.
이 바위 밑에는 ＜각씨붕어＞라고 하여 몸빛이 오색찬란하여 무지개빛을 연상케 하는 민물비단붕어가 무리를 이뤄 살고 있는데 옛사람들이 전하여 말하기를 곽씨부인의 몸은 죽어 바위가 되고 영혼은 각씨붕어가 되어 이 물속에 살고 있다고 전한다.
지금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이 비단붕어, 즉 ＜각씨붕어＞가 이곳에는 언제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