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바위는 혹은 딸래냇이라고도 한다.
이서면, 동복면의 경계에 있는 동복 만경대에서 이서로 가는 산길에 시냇물을 따라 한참 올라 가노라면 딸래냇이라고 하는 돌다리를 건너게 된다.
이 돌다리 옆에는 큰 바위가 물가운데 높이 서 있어 천년괴암에 옥류가 휘어감고 흐르는 광경이야 말로 나그네의 지친 발걸음에는 삼복에 냉차라도 마신듯 활력을 준다.
이곳은 다름아닌 동복수원지의 수문 바로 아래가 된다.
옛날 동복 장날이면 이서에서 장꾼들이 모두 이길로 다녔고 동복에서 이서장을 찾아 가는데도 이길을 이용하여 상인들과 주민들이 모두 왕래하는 큰길이였다고 한다.
이 큰 바위 바로 밑에 적은 바위가 있다.
이 적은 바위의 움폭하게 생긴 곳에 물을 부우면 물과 바위가 피빛처럼 빨갛게 변한다고 한다.
이 바위가 바로 딸래바위이다.
이 냇물을 건널 때 마다 사람들은
「 저 바위가 바로 딸래바위라네.」
하면서 웃는다. 딸래바위를 처음보는 길손들이
「 딸래바위란 말이 무슨 말이요.」
하고 물으면 귓속말로 한참씩 이야기하고 또 웃는다.
이 딸래바위의 전설때문에 웃는 것이다.
어느 가난한 집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여의고 누나와 동생이 정답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동생은 누님을 어머님의 품속처럼 의지하고 아양까지 떨어가며 누님의 귀염을 독차지하였고 누님은 이 세상의 모든 정을 동생에게 다 쏟아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었다.
이들 남매는 밭이나 산에를 갈 때도 언제나 행동을 함께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이 남매는 먼곳 친척집을 찾아가야 할 일이 있었다.
어언간 성장하여 누나는 풍성한 몸매에 옷을 곱게 갈아 입었고 동생도 건장한 총각이 되어 있었다.
부모 여의고 고독한 남매일지라도 부끄러움 없이 장하게 살아가는 자기네들의 모습을 친척들에게 과시라도 하려는 듯이 경쾌하고 기쁘기만한 먼길의 나들이를 나섰다.
산에는 철쭉꽃이 피고 들에는 풀피리 은은한 사월, 봉물(선물)꾸러미를 들고 두 남녀는 이 돌다리에까지 다달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물이 넘쳐 돌다리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이 다리를 건너야 되는 이 두사람은 옷을 벗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었다.
거북한 일이긴 했지만 누이는 버선부터 벗고 새옷을 벗어 젖히고 사면을 두리번거리며 동생더러 빨리 옷을 벗으라고 권하였다.
20여년간을 같이 살았지만 거의 알몸으로 동생앞에서 옷을 벗기는 처음이라 어색하여 젖가슴을 움추리고 감추며 한편으로 선물 꾸러미를 들면서 옷을 모아들고 뒤따라 오도록 부탁하였다.
동생은 누나의 말과 같이 옷을 모아 겨드랑이에 끼고 누나의 뒤를 따라 물을 건너갔다.
「 얘야, 나를 껴붙잡고 가자 봉물(선물)꾸러미 때문에 안되겠다.」
몇걸음 걷던 누이는 다급하게 동생을 불렀다.
동생은 엉금엉금 발을 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놓아 쫓아가 누이 겨드랑을 껴붙잡았다.
동생은 누나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자 마음이 얼떨떨했고 백옥처럼 곱고 부드러운 살이 손에 닿는 느낌은 이상 야릇하고 짜릿하여 가슴이 두근거렸다.
몸은 다시 신비한 경지로 끌려들어 희열이 감도는 것 같았다.
나란히 물을 건너는 두사람의 생각은 오월동주격이었다.
누이는 무거운 짐과 깊은 물속 무거운 발걸음에만 신경을 쓰고 전전긍긍 발을 옮겨 놓는데 동생은 엉뚱하게도 유두분면에 다른 날보다 다르게 보이는 분냄새와 머리의 동백기름 냄새가 코끝에 닿아 마음이 산란했다.
부드럽고 풍성한 유방이며 가장자리 까맣게 점찍어 놓은 젖꼭지가 동생에겐 신기하기 짝이 없어 옆눈으로 한사코 훔쳐보았다.
머리의 봉물꾸러미를 바로 잡기 위하여 누이는 걸음을 멈추고 동생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동생은 머리에 짐을 바로 잡아주고 가슴으로 시선을 내려 유방을 볼 때 갑자가 가슴이 좁혀지면서 전신에 전열처럼 자극을 느끼는 것이었다.
풍부한 뒷볼기짝이 걸음에 따라 움직이는 율동적인 모습은 이 총각의 몸에 열기를 더하여 주었고 속치마 엷은 자락은 백지장이 물에 베듯 하얀 살결에 붙어 하부의 깊은 곳까지도 보일 지경이었다.
동생은 난처하여 얼굴을 외면하였으나 뜨거운 열은 계속 올라 끝없는 환상에 바야흐로 음기미동하면서 아랫도리가 뿌듯해지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바다에 조수가 밀어치듯 경각에 경직하여지는 음세는 철석에 다를 바 없었다.
이 동생은 얼굴이 뜨거워 손으로 하부를 가렸으나 생리적이요 관능적인 현상을 숨길 수가 없었다.
동생은 하는 수 없이 누나에게
「 이젠 다 건넜으니 먼저 건너세요.」
하고 한손으로 앞을 가리면서 말했다.
물길을 건너간 누이는 한숨을 쉬며 짐꾸러미를 언덕위에 놓고 옆에 있는 돌위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동생에게 자기 옆에 앉아 쉬기를 권하였다.
동생은 옷으로 앞을 가리고 허리를 굽혀 서 있는데 무색하기 짝이 없었다.
처음으로 느껴 넘치는 격정은 어떻게 수습할 길이 없어 당황한 나머지 동생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누이의 시선을 피했다.
물 가운데 있는 바위까지 걸어간 동생은 자신에 대한 회의와 증오심으로 마음이 굳어졌다.
「 사람의 탈을 쓰고 혈육에게 이런 생각을 하다니......」
물속에서 돌을 하나 집어든 동생은 이를 악물고 성기를 돌로 내리쳤다.
한번, 두번, 세번... 곧 동생의 아랫도리는 피로 물들었다.
그리고 검은 바위조차 피빛의 붉은 바위가 되었고 피는 흘러 냇물까지 붉었다.
아까부터 영문도 모르고 물끄러미 바라보던 누이는 큰 소리로 동생을 불렀다.
「 무엇 하느냐?」
그러나 동생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이 없었다.
누나는 생각다 못해 벌떡 일어서 동생곁으로 다가섰다.
「 에그머니! 얘야! 이 무슨 짓이냐?」
누이는 시퍼렇게 질려 동생을 붙잡았다.
누나는 다시 황급히 물을 건너와 언덕에서 쑥을 뜯어가지고 와 쿵쿵 찧는 것이었다.
그리고 쑥뭉치를 피가흐르는 상처에다 붙여 묶었다.
잠시후 피가 차츰 멈추기 시작하고 창백한 동생의 얼굴에도 다소 온기가 찾아들었다.
맥이 빠진 누나는 한참동안 말문이 막혀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 어찌된 사실이냐?」
동생은 고개를 푹 꺾고 말이 없었다.
「 얘야, 말좀해라.」
다그치는 누나의 말에 동생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겨우 입을 열었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난 뒤에 누이는 한심스러운듯이 말했다.
「 얘야 그럼 달래나 보지 그렇게 성급한 짓을 했단 말이냐?」
이후 이 사연의 달래란 말을 따서 이 냇을 달래냇이라 하였고 그 바위를 ＜달래바위＞라 하였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달래가 딸래로 화하여 오늘은 딸래바위라고 부른다.
옛 길에는 잡초만 무성하여 인적은 찾을 길 없고 수원지 흐르는 물가에는 낚시꾼들만 모여들고 옛 바위는 말없이 물 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