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면 외애리가 있는데 일명 숙실이라고도 한다.
이 마을에는 대대로 전주이씨가 가문의 긍지를 세워 살아가 마을로서 아담하고 순박한 인심은 지금까지 이어온다.
이 마을에 전설이라기 보다는 믿기 어려운 실화가 있다.
이씨 가문에 이군찬(李群贊) 이란 오위장이 살았다고 하는데 오위장은 어렸을 때부터 기골이 장대하고 담력이 비범하여 마을사람들이 모두 이씨가문에 장사가 났다고 말할 지경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산렵을 좋아하고 희생적인 의협심이 강했다.
십오륙세 때 일이다.
마을 어느 집 개를 물고 달아나는 호랑이를 보고 즉시 쫓아가 맨 주먹으로 쳐서 잡았다고 한다.
이처럼 이씨의 용맹과 기백은 비범하였다.
이때 지리산에는 호랑이가 우굴거려 수많은 사람이 살상을 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많은 사냥꾼들이 지리산을 찾아갔으나 호랑이의 밥이 되고 모두 살아 돌아오지 못하여 영영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으므로 그후부터 소식이 없는 경우를 말하여 ＜지리산 포수＞ 라고 하는 속담까지 생겼다.
이처럼 지리산에서 일어나는 호환때문에 산중의 양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사례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를 보다못한 이씨는 지리산을 찾아가 호랑이를 모두잡아 양민을 구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체력을 더욱 단련하는등 호랑이 사냥을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하늘의 도움이었던지 어느 노인이 찾아와 말하기를
「 옛날 명포수의 소지물로 있던 총이 있으니 이 총을 당신에게 전합니다. 」
하고 돌아갔다.
이씨는 반갑게 맞아 후한 사례와 더불어 그 총을 받았다.
그날 총을 깨끗이 닦아 자기 방 머리 위에 세워 놓고 잠을 자는데 반늙은이 한분이 나타나 말하기를
「 저는 경상도 산청에 사는 진의옥이란 사람인데 어려서부터 당신과 같이 호식을 당하는 산중 농민을 보고 의분하여 보복을 목적으로 총을 배워 지리산에서 많은 호랑이를 잡았으나 불행히도 내가 호식을 당하여 비명횡사를 하였는데 내 총을 당신이 받았으니 지리산 호랑이를 모두 탕멸하여 나의 억울한 원한을 풀어주시오. 그리고 내가 따라다니면서 호랑이가 나타나면 반드시 알려 드리겠읍니다. 」
하고 사라졌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필자가 자료정리를 위해 옛날 산청에 있던 진포수를 알아보았는데 과연 그러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모든 준비를 갖추어 총을 메고 지리산을 향했다.
구례 어느 여막에 들려 하룻밤을 쉬고 지리산을 올라갈 계획이었다.
술집의 큰 방에 십여명이 모여 잠을 자게 되었는데 여러 고장의 나그네들이 모여 자기 고장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자정이 가깝도록 놀다가 곤히 잠든 순간이었다.
이 포수의 머리위에 세워놓은 총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이포수는 놀라 총에 장탄을 하여 오른 손에 끼고 꿈속의 예언과 같이 밖에서 호랑이가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밖에서 인기척이 있어 기다리고 있는데 조용히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히 살펴보니 이십세 미만인 묘령의 예쁜 아낙네가 사뿐이 들어와 한방에 누워있는 젊은이의 가슴에 꽃한송이를 꽂아 놓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는 것이었다.
이포수는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 호랑이는 나타나지 않고...? 」
그는 쥐 죽은듯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한참동안 조용하다가 다시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이 포수는 모든 신경을 창밖에 기울이며 어떤 소식이 있기를 기다렸다.
서풍에 스쳐가는 낙엽소리처럼 다시 방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포수는 슬그머니 눈을 뜨고 살펴보니 큰 갈호가 발톱으로 문을 열어 젖치고 방안을 응시하지 않겠는가?
이포수는 누워서 모든 정신을 문앞에 집중시켜 총을 쏘았다.
그 호랑이는 천지가 진동하도록 으르렁거리며 뛰다가 집 앞 마당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 뒤 괴이한 일이었다.
공중에서 가냘픈 여자의 목소리로 슬피우는 곡성이 들렸다.
「 억울하게 호식당한 이 무주고혼은 어느 때나 대명이 있어 천도의 구원을 받으리오! 」
울어대는 처절한 여자의 곡소리는 멀리멀리 구만장천 은하수에까지 울려퍼지는듯 구슬프기만 하였다.
이포수는 이렇게 호환에서 목숨을 구하기 비일비재로서 수많은 양민을 구출하여 고을 사람들로부터 많은 칭송을 받았다.
그뒤 고을 선비들이 포천장을 올려 증직으로 오위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젠 이군찬의 신총의 행방은 알 길이 없고 숙실 마을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겨울밤 일화로 전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