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동면에 찰동이란 마을이 있다.
이 마을 앞을 건너 시장이 있는데 이 시장을 끼고 흐르는 물을 소자천(孝子川)이라 한다.
이 소자천(효자천) 은 사실상 소자천 이 아니라 효부천(孝婦川) 이라 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사연도 퇴색하여 소자천이란 이름마저도 기억하고 있는 분이 몇 분 안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효자천이란 이름은 향속방언으로 효자를 소자라고 하며 효부를 소부라고 부르는 사투리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요즈음은 효자효부라 쓰는 것이 상례이나 오십이상 되신 서민층 노인들이 쓰는 사투리에서 아직도 많이 소자란 말을 들을 수 있다.
여기 소자천 유래를 살펴보면 지금부터 삼백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백년전 이 마을에 전씨의 효부가 있었다.
이 효부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근근히 이어가는 생활에 홀로 계시는 시아버지를 모셔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효부는 홀로 계시는 시아버지를 혼정신성의 예로 보살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어려운 형편에도 산해진미를 구하여 바쳤으며 시아버지가 병석에 누우시면 거의 음식을 폐하고 사해 팔방영약을 찾아 부친병을 살펴 치료 하였으므로 고을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보는 처지였다.
봄에는 산나물을 캐고 여름에는 물고기, 가을에는 각색 과일, 겨울에는 산고기를 구하여 부친의 구미에 조석공양을 삼은 전효부는 오직 시부를 모시는 것이 인생락의 전부였다.
봄이 지나 가을이 와도, 해가 지고 달이 떠도 조심석사 오직 일념으로 봉양하였는데 어느 무더운 여름이었다.
삼복증염의 더위에 지친 시부는 저녁을 먹고 뜰앞 마당에 멍석을 펴놓고 모기불에 부채질을 하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전효부도 옆에 앉아 부채질을 하다 잠깐 잠이 들었다.
잠든 사이 효부의 꿈에 시아버지께서
「 나좀 살려라!」
하고 외치며 사라지는 것이었다.
깜짝놀라 깨고보니 꿈이었다.
옆에 계시는 시아버지는 안보이고 싸립문 밖으로 흰옷만 언뜻 사라졌다.
전효부는 뒤쫓아 뛰어 나갔다.
큰 호랑이가 시아버지를 등에 업고 벌써 동구밖에까지 나갔다.
호랑이가 아버지를 업고 달아나는 것임을 그제야 알고 몹씨 당황한 나머지
「 아버지! 아버지! 」
하고 외쳤으나 대답이 없었다.
호랑이는 앞 냇물을 건너 산으로 도망가는 것이었다.
전효부는 울며 따라갔다.
「 무지한 산짐승아! 하필 우리 아버지를 데려 가느냐? 나마저 물고 가거라! 」
하고 외치며 방성통곡을 하였다.
전효부는 허겁지겁 냇물을 건너 따라가면서 애절하게 우는 것이었다.
전효부의 효심에는 산군인 호랑이도 천도가 무서웠던지 다시 냇물을 건너 마을앞 정자에 늙은이를 버리고 달아났다.
전효부는 달려와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고 써늘한 팔다리를 주무르니 한참 후에 다시 회생하였다.
효부의 애절한 정성에 산군도 감동하여 놓아준 것이다.
효부의 성효는 아버지를 구하고 말았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전해지자 온마을 사람들은 큰 돌을 하나 구하여 그 돌에 효부전씨지려라 새겨 세웠다.
그러나 장구한 세월에 이 비는 없어지고 시장앞 시내를 소자천이라 전하여지고 있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