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읍 남산 아래 큰 못이 있어 여름마다 분홍빛 연꽃이 만발하니 화순 시장을 출입하는 남녀노소 장꾼들은 장날이면 가는 길에 모두 이 연꽃을 한참씩 구경하고 돌아갔다.
이 방제의 축석년대는 알 수 없으나 전하는 말에 의하면 광해군 때 신수무(愼守武) 현감이 화순고을에 도임하여 며칠 되지 않았을 때 고을에 원인 모를 큰 불이 일어나 기민고와 몇 채의 집이 모두 타버렸다.
그후 또 다시 며칠만에 큰 부호 집에 불이 나 일시에 잿더미가 되더니 다시 관가에 큰 불이 붙어 거궐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민가에서도 화재가 빈발했다.
현감은 도임후 괴변이 계속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감은 조심석사 불안한 마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 밤에는 비몽사몽간에 꿈속에서 한 도인을 만났다.
「 어진 그대가 이 고을을 맡아 화재에 그토록 고심을 하니 차마 보지 못하여 잠깐 한 방편을 전하여 주겠노라.」
도인은 현감을 위로하고 자세히 일렀다.
「 뒷산은 화체의 산형으로 화재가 많다. 저 화산을 제압하는 데는 물이 아니면 막을 길이 없는 법이므로 뒷 산에서 흐르는 물을 막아 못을 만들고 고을 앞에 있는 염산을 화산이라 개칭하여 산 밑으로는 삼백보거리에 땅을 파면 물이 솟아 명천으로 향민에 혜택을 줄 것이니 화산 밑에는 큰 못을 만들어 이 산의 화기를 소멸하여야 화재가 없을 것이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현감은 다음날부터 육방관속과 주민들을 동원하여 현 만연산 밑 동구리 앞에 못을 만들기 시작하였으니 그 못이 바로 박연(朴淵) 이라고 하는 지금의 저수지 위쪽이었다.
지금도 동구리에 비가 남아 있는데 현감 신수무의 글씨라고 한다.
현 남산 밑 언덕을 무너뜨리고 흙을 모아 큰 못을 만들었으니 오늘의 시장 뒷 연못이다.
꿈에 나타난 도인의 말과 같이 염산이란 산이름을 화산(꽃묏) 으로 개칭하였는데 그뒤 다시 산산이라고 하였으며 또 다시 남산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과연삼백보 내외에서 샘물이 솟았으니 자치샘에서 현 연못위의 샘과 다시 삼천리 4구 샘등이 모두 삼복을 이기는 명천들이다.
말과 같이 삼백보 내외에서 물이 솟아 결국 남산 주위에는 열개의 명천이 있는 셈인데 산을 오르면 입구에 세워진 십정원두 표석도 여기서 연유된 것이다.
이 연못 가운데 흙과 돌을 모아 정자를 지었으니 관풍정이라 하였다.
실제로 동국여지승람과 화순읍지를 보면 관풍정으로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