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 동면에 마산리(馬山里) 란 마을이 있다.
마산리와 청궁이란 마을의 중간지점에 살밭골이라고 하는 골짜기가 있는데 이 산골의 밭이랑을 타고 한참 산등을 향하여 올라가노라면 무성한 소나무 사이에 큰 바위 하나가 있는데 이 바위를 살바위라 한다.
이 바위에는 옛날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이신 김덕령장군(金德齡將軍) 에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현재는 광주시 충효동이지만 옛날에는 서석산 석저촌이라고 하는 마을에서 김덕령장군은 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위엄있는 용모에 힘이 장사였고, 말타기와 활쏘기를 좋아하여 자유자재로 무등산을 오르내리며 무술을 연마하여 후일에 명장이 된 그였으나 간신의 모함으로 비명의 옥사를 면치 못하였다고 한다.
당시를 실록에서 살펴보면 그는 선조 이십오년 담양에서 일으킨 오천의병의 의병장이 되어 의령 거제도에서 첫승리를 거뒀고, 선조 이십육년 진주성을 왜적으로부터 빼앗았으며, 홍의장군 이신 곽재우와 그외 정기룡, 강덕룡과 합세 지금의 진해고성에서 왜적을 항복받아 호익장군이란 호를 받은 용맹한 장수였다.
김장군이 이십구세에 충청도 횡산에서 일어난 이몽학의 난을 평정하라는 권율장군의 명령으로 출병했으나, 난이 평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갔는데 충청병사 이지언 등이 이몽학과 내통했다고 모함함으로써 진주옥에 갇혔고 끝내는 서울로 끌려가 맞은 장독으로 옥사하고 말았다.
한많은 청춘으로 세상을 끝낸 김장군이 억울한 옥고중에 춘산곡을 지었으니,
춘산에 불이 나니
못다 핀 꽃 불 붙는다.
저 뫼 저 불은
끌 물이나 있거니와
이몸의 내없는 불 일어나니
끌 물 없어 하노라.
억울하고 비참한 장군의 심경을 그대로 읊은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부인 흥양이씨는 선조 삼십년 정유재란에 왜병의 쫓김을 받고 담양 추월산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필귀정으로 그 후에 다시 병조판서의 벼슬이 추증되었고, 충장공의 시호까지 내린 사실이 정조실록과 김충장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 무등산을 중심으로 김장군의 일화가 많이 숨어 있으나 그중 동면 마산리의 살바위는 촌노들 몇 분이 겨우 알고 있는 이름이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김덕령은 20여세 때 매일 무등산을 종횡좌우로 오르내리며 활쏘기, 말달리기의 무술연마에 여념이 없다.
지금 무등산장의 무등산호텔 자리에 당시는 환벽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는데 그는 처음에 이 정자를 무도장으로 하고 매일 수련을 하였으며 상봉의 입석서석, 규봉암, 지장암을 횡행하며 무도에 전념하였다.
무등산 지장암에서 우편으로 산허리를 끊고 넘어가면 옛날 보조국사 수선처인 석실이 있는데 그 윗머리에 문바위라고 하는 곳이 있다.
이 문바위에서 그가 기습을 하던 때의 일이다.
준마로 아끼고 아끼던 백마의 등을 타고 여기까지 올라와 백마더러 이른 말이
「 내가 큰 일을 하려면 말부터 잘 나야 하는 법이다. 내가 이제 활을 쏠테니 저 청궁 마을 건너 바위에 이 화살보다 네가 먼저 당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너를 그냥 두지 않겠다.」
한즉 백마 또한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곳에서 화순 살바위까지의 거리는 십육키로 정도나 되는 곳인데 김덕령이 활을 쏘자마자 네발굽을 모아 번개치듯 눈 깜짝 할 순간에 청궁의 살바위까지 백마는 날아갔다.
그러나 도착해 보니 어찌된 일인지 화살이 안보이므로 화살이 먼저 와 땅에 떨어져 어디로 없어진 줄 알고 김장군이 부득이 약속한 대로 칼을 뽑아 백마의 목을 치는 순간, 뒤에서 윙하는 소리가 나더니 그제야 화살이 날아와 바위에 맞고 동시에 말머리와 같이 땅에 툭, 떨어지는 것이었다.
장군은 화살과 백마 머리를 들고 자신의 경망과 촉급함을 생각하여 한없이 안타까와 했다.
그러나 이미 저질러진 일을 어찌하리오.
그 후 말무덤을 만들어 주고 그때부터 이 바위를 화살이 떨어진 곳이라 하여 살바위라 하였다.
이 바위에 말발굽의 흔적이 지금까지 있고 마을 이름 또한 말이 죽었다고 하여 마살리(馬殺里) 라 하였다고 하는데, 뒷날 마을 사람들이 마을이름에 살(殺)자가 흉하다 하여 말무덤이 있는 마을이라 하여 마산리(馬山里) 라 개칭하였다고 한다.
여기에 노산 이은상은 한 수의 시로 김장군과 백마의 한을 달래주고 있다.
덕령이 어디갔나, 백마야 어디갔나
어허 덕령이 어디 갔나, 백마 데리고 어디갔나
오늘은 청궁 마산리로 말 달릴 이 없구나!
지금은 큰 바위에 우거진 칡덩쿨과 여치 소리뿐, 이따끔 농부의 쟁기질 소리만 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