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산은 곧 모후산의 다른 이름이다.
이 모호산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근 400여년전 담양지곡과 인연이 깊은 서하당 김성원(金成遠. 1525 ~ 1598) 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김성원의 나이 68세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동복고을의 가관으로 임명되었다.
부임 후 재종형되는 김덕령장군(金德齡將軍) 이 의병을 일으켰다.
하루는 동복관아에서 동헌으로 돌아와 앉았는데 황급히 뛰어오는 사람이 있어 그는
「 그 누구냐? 」 고 물었다.
「 김장군 막하에서 심부름을 하고 있읍니다. 」
그 사람은 대답하고 편지 한장을 내놓았다.
편지를 읽어 본 즉 김장군(김덕령)이 오천의병을 모집하였으나 이들에 꼭 필요한 군량과 군비가 부족하여 싸움에 임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실정이니 즉시 만사를 제치고 군량군비를 준비하여 원조해 주십시요, 하는 내용이었다.
그 때에 조정의 군신들은 서로 갈라져 당파 싸움만 일삼고 있는 판이었다.
왜군들은 군비를 준비하여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재차 침략을 감행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정유재란이다.
재침하여 온 왜군들은 지난번에 이순신장군의 수군 때문에 들어오지 못했던 전라도 지방을 짓밟기 시작하였다.
이런 판국에 동복인들 무사할 리 없었다.
김성원은 하는 수 없이 어머님과 그리고 처자를 이끌고 피난의 길을 나섰다.
그러나 그는 당시 68세의 노인이었고 게다가 구십의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그는 보행이 불가능 했던 어머니를 말등에 태우고 광주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일행이 마침 무등산 장불치에 다달았을 때였다.
어떤 사내 하나가 반대편에서 헐레벌떡 고개를 넘어오고 있었다.
그는 몹시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 여보시오, 무슨 일이 있기에 그리 급하십니까?」
「 왜, 왜놈들이 죄없는 백성들을 닥치는대로 살륙 하고 있읍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
사내는 허둥지둥 달아나 버렸다.
김성원은 놀라서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죽을 힘을 다하여 동복을 향해 뛰었다.
동복으로 돌아온 그는 짐도 풀지 못한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앉아 있는데 왜놈들이 어느새 가까이 오고 있다는 기별이 올라왔다.
김성원은 다시 겁을 내어 어머니를 모시고 처와 함께 피난의 길을 떠났다.
이제는 산으로 가는 수 밖에 없었다.
발길을 재촉하여 모호산 골짜기에 이르렀는데 어디에 숨어 있었던지 왜놈들이 칼을 빼들고 길을 막았다.
김성원은 자기가 어머니 앞에서 죽는 일은 불효가 되니, 어머니의 눈을 피해 산 너머에 가서 죽여주되 노모와 아내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하였으나 왜놈들은 듣지 않았다.
이에 분함을 참지 못한 나머지 김성원은 칼을 빼들어 왜놈들 하나를 죽인 다음 왜놈들과 격투끝에 최후를 마치었다.
그의 어머니는 비장했던 자신의 장도를 꺼내 손수 목숨을 끊었고 따라서 며느리도 같이 목숨을 끊고 말았다.
더러운 왜놈의 칼에 죽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고 싶었던 것이다.
칠십노구로 구십의 어머님을 위하여 백리를 왕복하며 난을 피하였으나 마침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 산에서 목숨을 다 하였던 것이다.
김성원의 효심을 영원히 기리기 위하여 뒷사람들이 이산을 모호산(母護山) 이라 하였다 한다.
이리하여 이 산은 후세에 효행을 상징하는 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