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읍에서 동북방에 자리잡은 만연폭포를 찾아 가노라면 정류장 부근의 마을에 큰 바위가 있다.
이 바위를 속칭 벼락바위라 한다.
전해진 바에 의하면 어느 때인지 알 수 없는 옛날에 어느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이 부근에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서로 알뜰하고 따뜻하며 며느리의 공경의 도와 시아버지의 자애로운 정은 하늘이 감동할만큼 서로 지극했었다.
어느 해 산에는 철쭉꽃이 만발하고 들에는 뜸뿍새가 뜸뿍뜸뿍 울어대는 늦은 오월의 보리 가을이었다.
이곳 유촌(현 유천리) 에도 밭보리를 거두고 모심기 한창이었으니 시아버지와 며느리도 모심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 며늘아기야! 오늘은 논갈이질을 할테니, 너는 내일 모심을 준비를 하여라.」
며느리는 시아버님 말씀 따라 모심을 음식 준비를 하였다.
이튿날 며느리는 아침밥을 정성껏 짓고 김치, 머우나물 등 골고루 찬을 준비하여 모내기 논을 향해 집을 나섰다.
논은 큰 바위 옆에 있었는데 며느리는 그 넓은 바위에 올라가 그 위에서 아침밥을 나누워 먹게 하기 위해서 음식을 차려놓고 시아버님께 조반 드시기를 나직한 목소리로 권하고 황급히 물동이를 들고 마을의 샘으로 물을 길러 나섰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사면에서 짙은 먹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여든 구름은 순식간에 천지를 어둡게 하더니 생각지도 않은 천둥이 치고 번개불이 번쩍이는 것이 아닌가.
우루르쾅......
번개불과 우뢰소리는 한참동안을 계속 되었다.
이윽고 다시 ＜쩡!＞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순간, 며느리 옆에 있던 큰 바위가 두쪽, 세쪽으로 갈라져 버리고 말았다.
하늘은 잠시후에 다시 맑게 갠 날씨로 돌아왔다.
이때 당황하여 피해 있었던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다시 바위 위에 조심스럽게 올라가 사면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 저런!」
「 에그머니!」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르면서 물러섰다.
멀리서 이 광경을 본 마을 사람들이 이상히 여겨 모두 뛰어 올라가보니 그곳에는 참으로 무서운 일이 벌어져 있다.
시아버지의 밥그릇 옆에 형언할 수 없을만큼 큰 구렁이가 하얀 배를 내놓고 입에는 빨간 피를 토한 채 죽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 뜻하지 아니한 광경를 보고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다.
이 뱀은 구수한 밥 냄새를 맡고 기어 올라와서 사람이 없는 틈에 며느리가 차려놓은 음식을 먹으려다가 변변을 당한 것으로 이는 추한 미물이 천진한 효부의 정성을 해치니 천신이 보시고 노하여 청천백일에 벌을 내린 것이라고 뒷 사람들은 믿어 그 후부터는 이 바위를 벼락바위라 불렀다고 하는데 세쪽으로 나누어진 바위 위에 잡초와 잡목이 무성하여 장구한 세월에 거친 풍상을 말해주며 옛날에는 논가운데 있던 바위가 물환성이(物煥星移) 로 이젠 기와집 뒷뜰속에 숨어버리게 되었다.
바위마저 보이지 않으니 벼락바위란 이름도 차츰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니 이 또한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