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면에 있는 옥녀봉(玉女峯) 은 화학산(華鶴山) 에서 뻗어나온 봉우리로서 많은 전설을 지니고 있다.
옛날엔 옥녀봉과 천태산(天臺山) 에 천성의 신선들이 자주 내려와 놀았다고 한다.
어느 때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늘에서 마고신선(麻姑神仙) 이 수십명의 선녀들을 이끌고 내려와 이 산봉우리에서 은장막, 금장막 여러 겹을 산 위에 두르고 그안에서 노래와 춤으로 신선주(神仙酒) 마시며 즐겼으니 오음(五音) 율여(律呂) 에 맞추어 타는 풍류 사십팔장은 아마 구천의 월궁(月宮)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 까지 들렸으리라.
천상의 광한청허부 뿐만 아니라 지상에도 능성고을에 두루 흘러 퍼지는 풍류의 감미로운 곡조에 맞추어 구름을 타고 검은 선학(仙鶴) 이 춤을 추며 내려오고 깊은 산속에서는 백학이 달빛에 은빛을 번쩍이며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날아들어 기상천외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산 아래 살고 있었던 대담하고 호탕한 기백을 지닌 어느 젊은 장정이 산 위에 조심스럽게 숨어 올라가 선녀들의 노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선녀의 거울 한개를 슬며시 감추어 버렸다.
술 마시고 흥이 다 되어 마고신선이 일행들은 모두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 가는데 한 선녀는 잃어버린 거울을 찾다가 운교(雲較) 를 타지 못하고 홀로 남게 되었다.
검은 머리에 평만한 이마며 가는 눈섶과 청초한 맵씨, 오똑한 코하며 단순호치(丹脣皓齒) 의 온화한 자태와 달걀처럼 갸름한 얼굴은 분명히 세간에서는 찾아 볼수 없는 모습이었다.
따뜻한 미소에 엄숙한 기품은 관세음보살에 방불하다고나 할까.
숨어있던 젊은이는 이 선녀를 자기 부인으로 맞이할 양으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 별실을 치워 모셨다.
온 마을 사람들이 선녀를 보러 왔었으나 보여 주지도 않았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선녀의 모습과 노래 듣기를 갈망하니 하는 수 없이 젊은이는 선녀를 밖으로 청해 천상의 풍류를 들려주도록 권하였다.
선녀는 천상에서 타던 비파로 천상의 곡조를 타기 시작하였다.
선녀의 애절한 사연이 슬픈 노래가 되어 비파에 담겨 울려퍼지자 노래를 듣던 마을 사람들은 가슴이 미어지는듯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뿌리며 하나 둘씩 집으로 가고
말았다.
젊은이도 처음에는 선녀와 단꿈을 생각하고 즐거운 삶을 상상했으나 슬픈 곡을 타면서 흐느끼는 모습을 보고 나선 자기 행동이 잘못 되었음을 깨닫고 후회와 죄책감에 사로 잡히게 되었다.
별실에 침소를 만들어 주고 후회로 전전반측(轉轉反側) 잠 못이루며 고민했다.
집안에서 종처럼 데리고 살 수도 없고 안방에 모셔 놓을 수도 없는 형편에 날마다 눈물이니 참으로 죄스럽고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아내로 맞을 생각은 까맣게 없어지고 자랑스럽게 여겼던 생각이 이젠 부끄러워서 밖에 나가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삼경이 지나 사경에도 잠 못이루고 괴로와 하던 중, 비몽사몽간에 천상의 옥황상제께서 나타났다.
네 죄를 용서할 테니 내일 밤 자시에 먼저 놀던 곳으로 데리고 나오너라. 그는 내 몸의 시탕(侍湯) 맡은 옥장시녀(玉裝侍女) 로 만약 영을 어기면 즉시 벌을 주겠노라. 」
이 말을 듣고 깨어난 젊은이는 어두운 밤에 불을 얻은듯 반가왔다.
다음날 밤 자정에 선녀와 함께 산위에 올라 기다리니, 하늘에서 피리, 옥통소, 비파소리에 오색구름을 탄 선녀가 내려와 지상의 선녀를 눈물로 반갑게 맞아 운교에 태워 하늘로 사라졌다.
그뒤부터 이 산봉우리를 옥장선녀가 하강하여 다시 올라갔다고 하여 옥녀봉이라고 하였다 한다.
그러나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여기 옥녀봉에 옥녀탄금(玉女彈琴) 이란 명당이 있다고 하여 많은 산객들이 명당을 잡기 위해 봄, 가을로 찾아들어 군침을 삼키고 돌아간다.
산의 형세가 흡사 여자의 하체처럼 생겨 하지와 국부가 조화를 이루고 그 음부(陰部) 에서 샘물이 솟아 흘러내린다.
혹독한 가뭄에도 이 물은 마르지 않아 인근 에서는 나뭇군과 지나가는 길손들까지도 명천(名泉) 으로 손꼽는다.
또한 이 샘을 찾아가 기도를 드리면 무자(無子) 한 부인들이 자식을 갖고 소원성취한다 하여 오월단오, 구월구일, 삼월삼일에는 몸을 깨끗히 하고 부녀자들이 모두 이 샘을
찾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