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읍 뒷산은 원래 나한산이었는데 근래는 만연산(萬淵山) 이라고 불린다.
이 산 서쪽 계곡에 있는 절이 만연사(萬淵寺)다.
군교육청을 지나 의연한 자태로 솟아있는 만연산을 향하여 올라가노라면 저수지가 있고 그 위에 동구리란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을 지나 만연사가 있다.
이 나한산에는 암자가 많았었는데 이곳 기슭의 암자에 어린 소녀처럼 예쁜 상좌 중이 있었다.
그의 이름이 만연이었다.
암자에 못된 한 중이 있었는데 그 중이 춘정을 이기지 못하고 만연의 예쁜 모습에 군침을 삼키고 이를 불러 숲속으로 유인하였다.
만연이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그를 따라 숲속으로 끌려 가던중, 엉큼한 중놈이 갑자기 만연이를 붙잡아 땅에 넘어뜨리고 장대한 몸으로 매가 병아리를 채듯 등을 눌러 미동치기 음행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린 만연이는 날벼락 같은 중놈의 행동에 발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만연이의 배밑에는 독사가 깔려 있었다.
독사도 갑자기 놀라 성을 낸 나머지 만연이의 배를 물고 독을 뿜어내는 것이었다.
만연이는 사람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으나 미동치기 음행에 눈이 뒤집힌 중놈은 아랑곳없이 억센 동작으로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만연이는 있는 힘을 다하여 아우성을 쳤다.
그러나 중놈은 자기의 거센 힘에 견디다 못해 아우성을 치는줄로만 알고 장시간을 끌어 음행을 계속 하였다.
그러나 만연이는 독사에 물려 그 독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숨이 넘어가고 말았다.
이날 밤에 그 중놈이 잠이 들어 자는데 꿈에 만연이가 나타났다.
「 나는 죽었으나 다시 나주목사의 아들로 태어나는데 너는 지금까지 지은 죄업으로 지옥을 못면할 것이니 하루 속히 너의 잘못을 뼈아프게 뉘우치고 이 나한산을 떠나 다시 착한 불자가 되어라.」
그는 현몽의 이야기를 주지스님에게 말씀 드린 다음 나주목사를 찾아가 알아 보니 과연 득남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기 전에 나주목사가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 어린 사슴이 나타나 현몽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 저는 화순 나한산에서 공부하던 몸으로 억울하게 비명횡사를 당하고 다시 인연따라 목사님 댁에 환생한 만연이옵니다.」
목사도 이상히 여겨 부인에게 꿈 이야기를 하였더니, 부인도 역시 같은 꿈을 꾸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몽한 상좌의 말대로 이름을 만연이라고 지어서 애지중지 기르게 되었다.
열여섯살이 되자 만연이는 다시 출가할 것을 결심하고 목사로 부터 허락을 얻어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아버지인 나주목사는 비명으로 죽어 환생한 아들의 인연에 따라 산 기슭에 절을 세워 아들 만연이에게 전하여 주며 불도를 닦도록 하였다.
그 후부터 이 절 이름을 만연사라고 하였다한다.
이 절에는 진각국사가 심으셨다고 하는 둘레 3m 높이 29m 나 되는 고목이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다.
그리고 절의 서쪽 계곡에는 옛날 만연이가 살았다는 적은 암자터가 있다.
이 암자 터에도 진각국사가 심으셨다는 거수가 있고 부도가 열한개 있는데 절터는 스님들이 열반하시면 여기에서 다비식을 거행하였다.
화순읍지에 의하면 옛날에는 진각국사의 목부도가 여기 있었다고 기록되었으나 지금은 찾을 길이 없다.
그리고 절 입구 노거수 아래에는 석불이 있었는데 이 석불은 한때 화순중학교 동산에 모셔져 있었다.
6.25 동란 후 공비들이 야간을 이용하여 불태워 버렸다.
이때 석불도 학교 파괴와 더불어 땅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그후 만연사 주지스님의 꿈에 부처님께서 나타나 말씀 하시기를,
「 머리와 얼굴에 심한 상처가 있어 고통이 심하니 나를 하루빨리 구하여 달라.」
하였다.
한번도 아니고 이 꿈은 여러번 계속 되었다.
「 계시는 곳을 알려 주십시오.」
주지스님은 조석공양과 더불어 기도를 드렸다.
어느날 한 중학생이 절을 찾아와 놀면서 말하기를 화순중학 교정에 옛날 돌부처가 있었다고 말하였다.
즉시 스님께서 중학교를 찾아갔다.
중학교정과 동산을 두루 살펴보니 꿈속에서 보았던 큰 나무가 있었다.
스님은 그 나무 밑을 파 보았다.
과연 석불이 얼굴에 많은 상처를 입은 채 묻혀 있었다.
스님은 깜짝 놀라 석불을 일으켜 안은 순간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 나무관세음보살......」
그 후 만연사로 모셔 파괴된 안면 부분과 손을 보수하여 천년거목 아래 몇년 전까지 모셨으나 요즈음 다시 매안하여 없어졌다.
그러나 새롭게 단청한 법당과 명부전에는 참새들이 모여 지저귀고 불법의 청정을 말하는듯 뜰앞 백일홍의 푸른 잎과 붉은 꽃은 유난히 싱싱해 대조적이다.
폭포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물소리는 속진을 씻는듯 정신이 상쾌하고 먹물에 담근 스님의 옷소매에는 맑은 바람이 스쳐가는데 또한 주름진 노승의 얼굴에 인자스런 미소는 관음보살의 자비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