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 북면 옥리 옥동 마을에서 200m 떨어진 대성골의 동쪽 산기슭에 목이 잘린 황새 모양의 바위가 서 있는데 이 황새바위는 왕씨 흥망의 전설이 서려 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전인 고려말기에 이곳 대성골에는 고려의 왕족인 왕씨일문이 태양촌이라는 마을을 이루어 영화와 부귀를 누리고 온갖 세도를 부리며 살았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왕가 하나가 있었는데 그 성질이 포악함이 걸주와 같았고 심술의 고악함은 놀부와 같았으며 인색함이 양주와 같았다.
어느날 낮 왕씨가 낮잠을 곤히 자고 있다가 목탁소리에 단잠을 깨었다. 뜰가에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하고 있는 허술한 승복차림의 노승이 서 있지 않는가, 단잠을 깨 화도 머리 끝까지 오른데에다 본래의 본성이 발동하였다.
집안의 하인를 호령하여 노승을 결박시켜 뜰 앞에 무릎을 끓게 하여 욕설을 퍼부었다.
「네 이놈 중놈은 듣거라! 사람은 마땅히 부모를 섬기고 처자를 거느림이 인륜의 대본이거늘. 너는 인륜을 배반하고 삭발위승 하였고, 더욱이 사람은 농사를 지어먹고 살아야 하거늘. 너는 사방을 떠돌아다니며 무위도식을 일삼으니 너 같은 중놈은 세상이 용서할 수 없는 놈이라. 내 너로 하여금 다시는 그러한 노릇을 못하도록 응징을 하리라」
하고 온갖 욕설을 다한 후 광속에 가두어 두도록 하였다.
노승은 갖은 곤욕에도 의연한 태도로 눈을 감은채 입속으로 수없이 염불만을 외우고 있던 중 드디어 입을 열었다.
「주인양반 주인님의 구구절절이 다 옳은 말씀입니다. 소승 깊이 명심하였사오니 포박을 풀어 주십시오. 소승을 풀어 주신다면 주인 양반 가문에 번창을 위해 소승의 아는바를 말씀 올리겠습니다.」
하고 허리를 굽혀 애걸하니 왕씨는 만면에 웃음을 짓고 나서
「그래. 우리 가문의 번창을 위한다니 그것이 과연 무슨 말인고?」
하고 한결 부드럽게 되물었다.
「소승 비록 천학비재이오나 음양오행의 이치를 약간 터득하였는바 이곳에 들려오는중 사방을 둘러 본즉 주인님의 양택이 명당임에 틀림없으니 동쪽 정면에 바라보이는 황새바위가 흉소인지라 이로 말미암아 비록 부를 누리기는 하여도 관을 겸하지 못한 것이오니 저 바위의 가느다란 목 부분을 잘라 버린다면 틀림없이 공후장상이 대대로 끊어지지 아니하며 부귀겸전을 오랫도록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라고 노승이 자신 있게 말하자 부귀겸전이란 말에 귀가 솔깃한 왕씨는 즉시 노승의 결박을 풀어 주고 하인과 인부를 동원하여 삼주야의 작업 끝에 드디어 바위를 잘라 버렸다.
그런데 이 무슨 해괴한 변이란 말인가. 황새바위의 목을 잘라내는 순간 목에서 새빨간 선지피가 바위 속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있는 후 왕씨의 집안에는 잦은 재앙이 끊어지지 않더니 끝내는 패가망신의 운명에 이르게 되었다. 이어 이 마을에 있던 왕씨일문도 점차 멸문의 길을 달려 얼마가지 않아 폐촌이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온갖 횡포와 악행으로 인간의 도리를 어긴 왕씨를 응징하기 위해 부처님이 보내신 도승의 조화였다고 전하여지고 있는데 지금도 대성골 논밭에서는 가끔 기와장이 나오는데 왕씨들이 살았을 때의 유물이라고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