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 29일 일본은 우리의 국권을 탈취하여 조선총독부란 식민지 통치기구를 설치하였다. 초대총독으로 임명된 사내정의는 한국에 있어서의 행정권, 입법권, 사법권을 장악하자 치안유지란 구실로 헌병경찰제도를 수립하여 무단정치로 한국인을 철저히 탄압하였다. 이 무단정치는 애국자를 학살하였고 정치단체는 강제해산시켰고 언론기관은 모조리 폐간조치하여 칠흑같은 암흑세계로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곡창인 전라, 충청, 경상 등 삼남지방의 옥토는 거의 일인들이 강탈하였고 농토를 잃은 이 땅의 농민들은 도시의 부랑민이 되거나 만주, 미주 등 타국으로 흘러가 유랑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일본의 야만적 탄압과 약탈을 독립사상을 더욱 심화시킨 결과가 되었고 무단정치의 억압을 받으면서도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일본의 통치에 대한 반항이 불붙고 있었다. 이러한 때에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대통령 윌슨이 민족자결론을 제창하였는데 이 민족자결론이 식민지정책에 시달려온 우리 민족에게 큰 자극제가 되어 국권회복운동이 움트기 시작했으며 이 민족자결론에 자극을 받은 재동경 조선유학생들이 2.8독립선언을 선포하게 되었다.
윌슨의 민족자결론과 동경유학생들의 2.8선언을 기폭제로 점차 국권회복의 운동이 고조되어 가고 있을 때 돌연한 고종황제의 붕서는 전국민을 놀라게 하였고 국민들은 그 사인에 대하여 의문을 품게 되었으며 고종의 국장일인 1919년 3월 1일을 기해 전국적으로 독립만세운동이 폭발하게 되었다. 이 운동이 청사에 빛나는 민족해방운동인 3.1독립운동이다.
서울에서는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으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고 이 선언서는 전국방방곡곡에 전달 분포되었다. 3.1독립운동의 만세소리가 화순에도 넘실거렸다. 화순은 3.1운동을 주도했던 민족대표 33인중 유일한 전남출신인 지강 양한묵이 한때 거주하던 곳이다.
그는 1911년 기호학교(진성전문의 전신)와 동덕여학교를 경영하면서 교육을 통해 항일을 고취시켰던중 갖은 탄압을 하자 잠시 낙향하여 도곡에서 청장년들에게 항일교육에 전념할 일이 있어 그의 영향을 받은 능주 도곡지방의 청장년들이 3월 10일 광주에서 독립만세운동이 전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능주면 관영리 양회준(당시 23세)은 같이 시장에서 상업을 하는 김정열을 비롯하여 주재영 등 5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이 3월 13일 밤 9기경이었다. 이들은 「조선독립만세 」를 소리높이 외쳤다. 3월의 밤하늘을 가르는 「조선독립만세 」소리의 메아리도 채가시기전에 양회준은 일경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양회준은 모진 고문을 당했고 그해 4월 25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 6월의 형을 받았다. 그는 감옥에서도 일경에 반항 형기를 마치고 출감되었을 때는 시신이 되다시피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숨졌다.
화순에서 3.1독립만세운동은 3월 15일 남리 조국현(당시 24세)이 주동으로 연동서당의 학우였던 조경환, 조기현등과 마을 주민 노충규, 조병열, 차성태 등이 화순면 연동에 있는 갱무산정에서 일으켰다. 남리 조국현은 품속에서 태극기를 꺼내 높이 올리고 「조선독립만세 」를 목이 쉬도록 외쳤다. 갱무산의 만세소리는 퍼져갔다. 읍내에 주재하고 있던 헌병들은 곧 출동하여 왔다. 일헌들의 모습이 보이자 남리는 태극기를 말아 도주했고 조경환, 차성태, 조기현, 노충규, 조병열 등은 일헌에 붙들려 곤욕을 치러야 했다.
화순을 빠져나간 남리 조국현은 충청, 경기등을 전전하며 갖은 고생을 겪었다. 이후 중동학교에서 신학을 배우고 27세때 전국유림연합회 청년부장을 역임하고 해방후 제헌국회의원 및 참의원의원에 당선되었고 69년 2월 28일 74세를 일기로 운명하였다.
동복지방에 만세운동이 번져든 것은 3월 20일이었다. 기미년 전해인 1918년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다 일정이 세운 동복학교에 강제입학한 오재인(당시 16세)을 비롯 오덕기(당시 17세), 오재효(당시 16세), 정창문(당시 14세), 오연복(당시 13세) 등은 만세운동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교뒤에서 이들은 모임을 갖고 장날인 20일 만세운동을 굳게 결의했다.
3월 20일 오전 학교문을 빠져나온 이들은 천변리 시장으로 나갔다. 국상을 당한 슬픔이 덜 가신 때라 백립을 쓰고 흰 도포를 입은 노인들이 많았다. 이들은 군중을 헤치며 「조선독립만세」를 외쳤다. 삽시에 시장은 만세소리로 가득했고 노인도 아낙네도 만세의 물결에 휩쓸려 들었다. 화순헌병분대 동복분견소에서는 시장을 덮치고 오재인, 오재효, 조성순 등은 붙잡히고 다른 자는 몸을 숨길수 있었다. 3일후 일인교장인 평전풍관이 분견소로 찾아와 용서를 호소하여 풀려났다.
화순지역에서 일어난 만세의 불길은 계속 번져 한천, 춘양, 청풍 등지에서도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산발적인 만세운동이 벌어졌고 횃불만세운동도 있었다.